2008. 4.16.물날. 흐릿해지는 저녁

조회 수 1316 추천 수 0 2008.05.04 00:10:00

2008. 4.16.물날. 흐릿해지는 저녁


면소재지를 지납니다.
상촌 파출소.
생전 들여다볼 일 없는 그곳 담벼락에
라일락이 피어 길로 내려설 듯합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아름다운 봄날입니다.

국선도 수련 시간입니다.
어른들이 모두 바빠 아이들끼리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뭐가 잘 안 되는 모양입디다.
진행하는 아이가 좀 서툴기도 하고
그런데 또 그 진행을 바라보는 아이가 영 마뜩찮아 하고
그게 또 서로 부처거니 하고 공부가 되면 좋으련만
어른도 잘 안 되는 일이지요.
급기야 달려옵니다.
그래도 해보라고 또 보내봅니다.
그렇게 또 해보는 아이들입니다.

한땀두땀에서 바늘을 잠시 놓고
아이들은 그림자극에 쓸 사람을 그립니다.
그런데 비율이 영 안 되네요.
오래 데생을 해왔던 아이도 정작 사람편에 이르니 어려워합니다.
한동안 사람그리기, 아니 그 전에 개 그리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살아 움직이는 것들을 대상으로 하기.

칭하이무상사국제협회,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식구들을 만납니다.
원불교 교당이었지요.
오는 학교문연날 잔치날에 쓸 채식요리에 대한 의논입니다.
최소한 재료비는 물꼬에서 내놔야할 것 같아
손발만 보태 달라 부탁합니다.
기꺼이 또 손발 더하겠다는 당신들이시지요.
낼모레 군청 구내식당에서 채식요리를 한다니
요리 종류는 그날 보고 결정하기로 하였답니다.

‘대해리 봄날’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달래 어떤 일정을 짜는 게 아니라
계자를 다녀갔던 다섯 정도의 아이들과 이곳의 흐름대로 살며
물꼬를 매개로 깊은 우정을 나누도록 하자,
그런 뜻이었지요.
공식적인 안내는 아직 올려지지 않았는데
벌써 신청하겠다는 아이들이 꽤 됩니다.
선발해야겠습니다,
하고 농을 하는데 정말 선발해야할 상황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번 해보면 여러 그림이 그려지겠지요.
예 식구들도 기대에 차 있답니다.

국선도학과 김기영교수님의 전화가 있었습니다.
여전하냐는 안부이고
수련을 어찌 해나가냐는 점검이셨지요.
누군가에게 맡기면 그의 사정에 따라 늘 일정하지 않으니
내부 사람이 수련 안내자가 되야지 않겠느냐,
더구나 일의 중심에 있는 이가 하면 훨씬 안정적이고
또 내적인 큰 힘도 될 거라는 조언이 계셨지요.
그렇게 해보려 합니다.

아, 권이근샘이 장가를 갔다네요.
도둑 장가입니다.
지난 2월이었다던가요.
“잘 사이소!”
본 지 오래입니다.
한번 쯤 다녀가면 좋겠습니다.
참 좋은 교사가 되어있으리라 짐작되는 그이지요.

오늘도 누가 또 물었습니다.
아이 몇 되지 않는 산골 학교들이 폐교되는데,
어째 유지를 하려 하냐고.
아이가 하나여도 학교가 있어야지요.
우리는 학교를 효율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가 집일 수도 있고 원두막일 수도 있겠지요.
우리는 여기 학교가 있으니
그 학교를 다만 쓰고 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홈스쿨링에 가깝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614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376
6613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396
6612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404
6611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393
6610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385
6609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399
660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370
6607 2024. 3.1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03 476
6606 2024. 3.1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442
6605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435
6604 2024. 3.13.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83
6603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383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71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98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374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366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388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379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381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668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