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20.해날. 뿌연 하늘

조회 수 1239 추천 수 0 2008.05.11 07:05:00

2008. 4.20.해날. 뿌연 하늘


아이들도 공연 준비 돌입입니다,
그렇다고 별 걸 할 건 아닙니다만.
서구의 몇 나라를 세 해 동안 돌아다니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으라면 그들의 소박함이라 들겠습니다.
가족모임에서 하던 유치하다싶을 만치의 놀이들을
모두 너무도 즐기던 광경,
그리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고도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의 발표회.
유치원이며 초등 학예회에서 고도로 훈련된 공연을 보아왔던 눈으로서는
허점투성이의 장면들이 처음엔 어찌나 어색하던지요.
그런데 날을 더할수록
외려 더 여유로워보여서, 즐거운 축제로 보여서,
더없이 유쾌했더랍니다.
물론 세련된 공연은 그만큼의 실력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할 겝니다.
그런데 보여주기 위해서의 훈련이 아니라
우리도 즐거운 과정이 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합니다.
서송원의 채민이도 와서 판소리를 더했지요.
“좀 도와주셔요!”
오늘쯤엔 그림자극의 개념을 줘야할 것 같아서
어른들이 흰 천과 검은 천을 들고 뒤에서 빛을 쏘아
그림자인형을 보여줍니다.
그림자극 개념 익히기이지요, 해보지 않은 아이도 있어.
짧은 극이고, 아이들 사이에 있었던 일이기도 하여
연습에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진 않을 겁니다.
“동네도 한 바퀴 돌까?”
아이들은 잔치리플렛을 동네에 돌리기도 하였답니다.

놀이방에 아이들 놀잇감을 치워내고
비닐을 깐 다음 현수막천을 다섯 개 좌악 깔았습니다.
이십여 년 물꼬의 역사 안에서는
현수막도 자체제작이었습니다,
많은 일들이 그러하였지만.
(아, 상설학교 문을 열던 해
밖에서 만든 현수막을 선물로 받기는 하였네요.)
그간엔 재주꾼들이 많으니 직접 손댈 일이 없다가
직접 만지는 건 또 처음입니다.
늘 후배들 차지였더랬지요.
적이 부담이다가 더는 미룰 수 없어 오늘은 붙잡고 늘어졌습니다.
그런데 일이란 게 해보면 또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렴 재주 있는 친구들만큼이야 할까만.
조금 미우면 또 어떻습니까.
이왕이면 다홍치마겠으나
‘꽃은 꽃대로 피고’ 제목처럼
이 글은 이 글대로 제 몫을 갖는 게지요.
류옥하다 선수도 와서 한켠에 꽃을 그려 넣었답니다.

두통이 왔습니다.
잠 부족현상입니다.
한 해 한 차례, 큰 행사이긴 한 모양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14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648
6613 2020. 4.13.달날. 맑음 옥영경 2020-06-15 2621
6612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613
6611 7월 8일, 요구르트 아줌마 옥영경 2004-07-19 2584
6610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584
6609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582
6608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79
6607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75
6606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571
6605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52
6604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532
6603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511
6602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509
6601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503
6600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501
6599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470
6598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456
6597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410
6596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409
6595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39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