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22.불날. 맑음

조회 수 1379 추천 수 0 2008.05.11 10:59:00

2008. 4.22.불날. 맑음


아이들이 ‘스스로공부’를 할 동안
풀을 뽑고 효소 담을 병을 닦고 할 동안
어른들은 손으로 만든 주방세제 덩어리를 풀고
이불 빨래를 널고
퓽물스럽던 폐콘크리트를 다른 한 쪽으로 밀어놓았습니다
(그걸 또 요긴하게 쓸 거라 아주 치우지는 못하고).

‘까마중, 민들레, 쑥 등 서른 여 가지로 담아
세 해 동안 숙성시켰습니다.’
이번에 낼 들나물효소에 그리 써 붙이려 합니다.
양양에서 무운샘이 주신 개복숭도 섞고
항아리에 오래 있던 포도효소도 더했습니다.

오늘은 기어이 짬을 내어 전화 한 통 넣습니다.
내내 마음에 달려있던 일이나
밤늦어서 못하고 너무 일러 못하고,
바빠 못하고, 잊어 못했습니다.
그러다 어느새 잔치 밑이 되어버렸지요,
그 전에 연락 닿았으면 다녀가십사 하였을 걸.
이곳 상설학교 학부모로,
그리고 한 때 공동체식구가 되기를 소망했던 이입니다.
누구보다 저를 살펴주었던 그였습니다.
꼭 먼저 전화해서 그의 마음 무게를 덜어줘야지 했더랬지요.
벌려놓은 일을 보고 떠나면 누구든 무거울 것을
착한 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먹고 살기 힘드니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하던 일을 일용직으로 들어갔다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작은 장사를 시작했다는데,
그런데 둘이라도 공동체인데 그게 어렵더랍니다.
결국 다시 접고 하던 일용직으로 들어갔다지요.
전화해줘서 고맙다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대한테는 꼭 소식 주고 싶었다 했지요.
‘그 때 그 상황’이 우리를 어렵게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모두 다 그 상황에선 최선을 다한 거구요,
혹 지나고 나서 그게 아니었다 싶더라도.
그게 설혹 내 맘에 들지 않을 수도 있고
평소의 나 같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일어났고 벌어졌고 그리고 지나가는 겁니다.
크게 누가 상한 것도 아닌데
무에 그리 무거운 마음으로 살 일이겠는지요.
통화를 하며
마치 화해(꼭 싸움이 아니었더라도)하는 느낌들이 있었던 듯합니다.
너무 늦지 않게 소식 전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낮, 잔치안내장을 읍내 몇 곳에 넣어둡니다.
문화원, 도서관, 국악카페, 약국, 교육청...
저녁, 군청에서 민간지원사업 담당자가 서류를 들고 다녀갑니다.
사업계획서(절차상의)를 같이 작성하지요.
이 주 안에는 공식적인 지원을 결정하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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