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25.쇠날. 맑음

조회 수 1299 추천 수 0 2008.05.11 11:26:00

2008. 4.25.쇠날. 맑음


잔치를 위해 장을 보러 갑니다.
칭하이무상사국제협회와 생명사랑채식실천협회 식구들이
중심요리야 준비할 것이지만
또, 이정이네 할머니가 반찬 한 가지와 겉절이를 해주실 것이지만
물꼬 부엌에서 장만할 것도 있지요.
아이들을 달고 읍내에 다녀옵니다,
잔치를 같이 준비해가는 과정,
그게 또 공부거니 하면서.
오전에는 저들을 너무 부린다싶어
영화 한 편을 선물도 주었더라지요,
그림자극 대사연습 좀 하라 하고.

군청에서 민간자본보조사업 담당자가 서류를 들고 왔습니다.
천천히 우편으로 보내도 되고
읍내 나가는 길에 들고 와도 되는데
그가 더 정성을 기울입니다.
‘민간자본보조사업 최종 보조금 교부 결정!’
예, 그 관련 서류들이지요.
아, 드디어 아이들이 찾아오면 그토록 힘들어하던
해우소가 변하게 되었습니다
(바깥 큰 해우소 말고 건물 안 ‘작은 해우소’).
올 여름 계자부터 쓸 수 있도록 준비하렵니다.

이 바쁠 녘 성균관대생들의 연락이 한창입니다.
교육관련 학생들이 물꼬에 대해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 중이라지요.
조만간 인터뷰도 오고
손발을 보태러도 온다 합니다.
우선은 발표를 위해 글을 완성하려는데
최종 완성은 질문서를 받은 뒤에 할 거라나요.
모든 일은 늘 한꺼번에 닥치는 속성이 있지요.
그렇더라도 해결은 한 발 한 발일 밖에요.
그리 허둥거릴 일도 아니겠습니다.
붙잡고 글을 쓰고 있을 수 없어
대신 전화로 몇 십분 얘기를 주고 받았답니다.
교사가 되려는 그들에게
좋은 정리의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고맙지요.
산골 귀퉁이 작디 작은 공간에 대한 관심 말입니다.

교무실에 쌓인 일들도 한 풀 정리를 해두어야
잔치에 마음 가벼울 듯하여
이것저것 챙기고 있는데,
곁에 있는 시집 하나에 손이 갔네요.
마음 마구 헤집어질 때나
좇기고 있을 적 한 편 쯤만 읽어도 명상이 따로 없는 게 또 시이더이다.

바람 쐬고 오는 길에 저쪽에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오고 있었다. 엉겁결에 길 옆 상가건물의 교회로 들어갔다.
그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나왔지만, 다니지도 않는 교회 입구에서
그 순간은 참 길었다. 또 언젠가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오는 걸
보고, 돌아서 다른 길로 들어가려다 정면으로 마주쳤다. 앞만
보고 걸었지만 그 순간도 참 길었다. 그리고 또 언젠가 내가 오는
걸 본 그가 골목 안으로 쑥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내가 지나가길
기다리고 있을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치면서, 그 순간은 한참 더
길었다.

; 이성복님의 ‘그 순간은 참 길었다’에서

푸하하,
우리 시대의 큰 나무인 당신이,
아니 당신의 경험이건 다른 이의 경험이건
아, 더러 그런 일들이 있구나,
내 치부만이 아닌 듯하여
위로 받고 웃으며 또 하루를 넘깁니다.
드디어 내일은 잔칫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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