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 2.쇠날. 맑음

조회 수 1379 추천 수 0 2008.05.16 00:34:00

2008. 5. 2.쇠날. 맑음


오전을 아홉시에야 시작했습니다.
이번 학년도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늦게까지 누워보았습니다.
주말도 없이 어느 하루도 빼지 않고 좇아온 이번 봄학기입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기야 그걸 석 달을 했나요, 한 해를 했나요,
겨우 두 달입니다.
힘에 겨우면 하루쯤 이렇게 쉬어주면 되지요.

오전에는 망태기 메고
고사리 취나물을 뜯으러 갑니다.
아이가 참을 준비하데요.
우리는 구비 돌아가는 볕 좋은 곳에서
쨈 바른 빵과 포도즙을 먹었습니다.
바람이 좋았습니다, 참 좋았습니다.
어느 무덤가에서 고사리를 잔뜩 발견합니다.
나물이며 더덕이며 버섯이며 그게 그래요,
하나를 만나기 시작하면 줄줄이 눈에 드는 겁니다.
고사리는 데쳐서 말리고
취나물은 겉절이를 해서 점심 밥상에 놓았지요.
삶에 그렇게 많은 걸 바라지 않습니다.
꼭 이렇게 살고팠고, 그리고 이리 사는 것!

오후에는 아이랑 읍내 갑니다.
얼마 만에 아이를 챙깁니다,
아무래도 자기가 병원을 한 번 가봐야겠다고 노래를 부르더만.
“치과에 가서 검진도 좀 해 봐야는데...”
충치가 생긴듯한 이는 어차피 일 년 안에 이갈이를 한다 해서
확인만 하고 나왔네요.
가슴이 아프다고도 했는데,
여태 못 갔습니다.
병원에 대한 신뢰보다 아이를 안심시켜주려고 간 병원에
새로 소아과가 문을 열고 있었습니다.
소아과의사란 병에 대한 진단도 진단이지만
앞에 앉은 아이에게 관심이 있어야지 않을지요.
아직 여유가 있어 그런지 아니면 젊어 그런지
성의껏 대하는 선생님이셨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이 공부해온 양방만이 아니라
한방이나 민족의학, 대체의학에 대해서도 열려있어 보였지요.
물꼬의 주치의이신 주영만샘은 너무 먼 곳에 계시니
가까이에 계신 분을 잘 써야(?)겠습니다.

여름날엔 그늘이 최고입니다.
아이랑 차를 멈추고 그늘에 드러누웠습니다.
도회라면 어려웠겠지요.
기락샘이 물꼬에 들어가서 다른 식구를 실어내 오길 기다리다가
(황간으로 온 식구가 잠깐 나들이 가기로 했거든요)
오지 않는 차를 기다릴 게 아니라 누리기로 했지요.
우리는 신우재 넘어가는 집하장 그늘 아래서
신발을 벗고 눕거나 앉아 책을 보았습니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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