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25.해날. 맑음

조회 수 1202 추천 수 0 2008.06.02 07:34:00

2008. 5.25.해날. 맑음


모내기를 합니다.
인술이아저씨 이앙기 끌고 오셨지요.
댁에 것은 먼저 다 해두셨다 합니다.
병원에서 돌아와 곤하다고 늦게까지 불러내지도 않고
남정네들이 일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새벽 다섯 시부터 종대샘은 논물을 살핀다고 분주했고,
그동안 학교를 지키고 밭을 돌보느라
이제야 포도밭을 둘러보러 젊은할아버지 달골에 올랐지요.
이른 아침들을 먹고 모여
이앙기 열심히 돌리고 한편에선 뒷수발을 하고 있었습니다.

참을 냅니다.
얼마 만에 돌아온 부엌인지요.
작년에는 모를 내는 날, 마을 어르신들한테 못밥도 냈는데,
올해는 그냥 지나갑니다.
일하는 이들 불러들여 가마솥방에서 참을 내지요.
형편대로 하는 거지요, 뭐.
“손님 아니라고 우리 먹는 밥상으로 내요.”
점심도 허술했지요.
그래도 병원에서 오래 고생했다 되려 위로해주십니다.
마을 돌아가는 소식도 듣고
농사 이야기도 듣지요.
오랫동안 흙과 살아오신 양반입니다.
그리고 그 흙의 품성을 닮은 어른입니다.
교수·기자는 없이 살아도 농부 없이는 못 산다며,
교수라는 직업을 어디 농사를 짓는 농부에 견줄소냐 일찍이 외치고
정말 농사지으러 들어가신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또 다시 농촌을 떠나셨지만).
이 시대의 큰 영성지도자이신 실상사 도법스님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여러분, 모두 자라 농꾼이 되세요’라고 설파하셨지요.
바로 그 농부,
우리에게 가장 큰 스승이고 이웃입니다.
당신들께 물어 물어가며 농사를 짓고 살지요.

볕이 따가워 오후는 모두 일을 놓고
자잘한 일들을 챙깁니다.
미처 이앙기가 닿지 못한 곳, 허술하게 모가 꽃힌 곳은
또 다 손으로 모를 심어야 하지요,
‘모둘리기(혹은 모돌리기)’ 말입니다.
다음 주 내내 천천히 잠깐씩 하기로 합니다.
해 넘어간 뒤 아직 밝을 적,
사왔던 피망, 가지, 박, 수세미, 방울토마토 모종도 놓았지요.
사택 해우소 앞에 무섭게 자라나던 풀도 좀 매고
쳐다보면 심란하던 밭두렁 풀도 뽑고
남새밭에 자란 것들 솎아도 냅니다.
풀섶 모기들이 막 달겨들었지요.
벌써 여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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