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28.물날. 이른 아침부터 비

조회 수 1113 추천 수 0 2008.06.09 13:36:00

2008. 5.28.물날. 이른 아침부터 비


고마운 비입니다.
예 살면 하늘 고마운 줄 더 자주 알지요.
푹 젖을 만큼은 아니어도
목은 축일 만하겠습니다.

논물을 조절합니다.
물 흐름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어야
우렁이가 논 안이 제 집이거니 한다는데...
종대샘은 물꼬에 우렁이 망을 만들었습니다,
우렁이들이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어느새 물길을 타고 망으로 모이면
끌어 모아 논 가운데로 다시 던져두지요.

생태화장실 사업이 더뎌지고 있었습니다.
군으로부터 보조금 결정은 났는데,
관급 사업이란 것이 일이 다 끝나야 지급이 됩니다.
업자들이 먼저 사업을 시행하고
뒤에 대금을 받는 거지요.
그런데 우리 같은 경우엔 결국 우리가 안고 가야는데,
물꼬의 현재 재정으로는 턱없지요.
달골 공사로 졌던 빚을 지난 겨울에야 다 갚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큰 금액을 또 어디서 운용할 수 있을까,
몇 주를 고민 안고 있었더랬지요.
그런데 엊그제 보낸 긴긴 편지를 받으신 어르신이
전화 주셨습니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빌려달라는데 그게 어렵겠냐고
선뜻 필요한 일정을 물어오셨지요.
누가 물꼬를 위해 쌈지돈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고
비싼 이자로도 대출이란 것이 얼마나 어려운 줄을 익히 들어왔습니다.
형제자매여도 쉽지 않다는 걸 모르지 않지요.
고맙습니다.
늘 받는 게 너무 많아 당신만큼은 피해가고 싶었으나
결국 또 도움을 받았습니다.
열심히 살 것,
그리고 당신께도 힘이 될 날이 있을 거다 다짐합니다.

달골을 이제야 청소합니다.
<대해리의 봄날>을 끝내고 아이들 가고
한 주는 병원에서 지냈고
돌아와서는 밀린 일들이며 부엌살림이며 챙기느라 더뎠습니다.
휴우, 묵은 먼지들, 폴딱거리던 흔적들,
애들이 그리웠습니다.
여전할 테지요.

오늘 같이 공부하는 학생 하나를 만났습니다.
며칠 전 연락이 왔더랬지요.
“일을 하면서(대표?) 저도 참 많이 배웠어요.
안 좋은 얘기를 할 때 특히 큰 목소리로 해선 안 되겠구나 그런 것도 알고...”
그 친구를 작년 초에 처음 만났습니다.
그리고 한 해를 보냈고 다시 해의 절반이 가네요.
한 개인의 성장사를 보는 건 참 좋습니다.
그를 통해 저 역시도 또한 배우는 시간이었지요.
고마운 일들입니다.

오늘은 또 같이 공부하는 몇 학생들과 자리를 하기도 했지요.
같은 공간에서
갈갈이 찢기고 상처주고 그런 문화를 경험했더랬습니다.
떠난 이들이 있었고,
그것을 적응을 못해서 떠난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었지요.
남은 이들의 책임을 피해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싶데요.
우리부터 한 개인을 몰아붙이거나 함부로 말할 게 아니라
건강한 얘기를 하자, 공부에 집중 좀 하자,
너그러이 상대들을 안아보자.
그런 결의라면 결의들을 했더랬지요.
남이 변화기를 바라는 것보다 ‘내’가 변하는 게 가장 쉬우니까요.
좋은 문화를 함께 잘 만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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