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29.나무날. 갬

조회 수 1289 추천 수 0 2008.06.09 13:40:00

2008. 5.29.나무날. 갬


마을로 내려오는 길이 더딘 아침입니다.
길섶 붉은 산딸기를 그냥 지나기 섭섭하지요.
“저어기, 저기.”
와글거리는 그네입니다.
정말이지 많기도 하지요.
오동통한 것들만 따도 손이 금방 찹니다.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아이가 버스타고 나왔습니다,
목발을 짚고.
산골 촌놈이 처음으로 혼자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온 게지요.
퇴원하며 깁스를 풀고 바로 걸었는데
아무래도 무리해서 문제가 좀 생겼더랬습니다.
목발을 짚게 되었지요.
먼저 나와 있던 엄마랑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
같이 병원가고 점심 먹고
그리고 강의가 하나 있어 엄마가 수업 들어가 있는 동안
도서관에서 기다렸습니다.
지역 안에서 대학의 기능, 참 좋습니다.
그 도서관엔 얼마 전 만화방이 생겼지요.
학생들 가장 북적이는 공간이랍니다.

스필버그의 라는 영화가 있었지요.
영화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닙니다.
“신념은 선택이 아니다, 운명이다.”
그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그렇겠습니다.
그래요, 운명입니다.
그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운명...
지난 여름과 겨울 평마단식에서 물꼬 이야기를 한 강연에서도
결국 그런 얘기 아니었던가 싶어요,
대단한 신념으로 시작했던 일이 아니라
하다보니 신념이 되고 뭐 그랬다는,
'팔자'라고 이름했더랬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594 2024. 2.10.해날. 힘찬 해 / 설 옥영경 2024-02-13 489
6593 2024. 2. 8~9.나무~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3 430
6592 2024. 2. 7.물날. 어렴풋한 해 옥영경 2024-02-13 442
6591 2023학년도 2월 실타래학교(2.3~6) 갈무리글 옥영경 2024-02-13 395
6590 실타래학교 닫는 날, 2024. 2. 6.불날. 비, 그리고 밤눈 옥영경 2024-02-13 445
6589 실타래학교 사흗날, 2024. 2. 5.달날. 서설(瑞雪) 옥영경 2024-02-13 393
6588 실타래학교 이튿날, 2024. 2. 4.해날. 갬 / 상주 여행 옥영경 2024-02-11 400
6587 실타래학교 여는 날, 2024. 2. 3.흙날. 저녁비 옥영경 2024-02-11 407
6586 2024. 2. 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402
6585 2024. 2.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402
6584 2024. 1.31.물날. 안개 내린 것 같았던 미세먼지 / 국립세종수목원 옥영경 2024-02-11 385
6583 2024. 1.30.불날. 맑음 옥영경 2024-02-11 395
6582 2024. 1.29.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2-11 367
6581 2024. 1.28.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24-02-11 378
6580 2024. 1.27.흙날. 흐림 / 과거를 바꾸는 법 옥영경 2024-02-08 399
6579 2024. 1.26.쇠날. 맑음 / '1001' 옥영경 2024-02-08 387
6578 2024. 1.25.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2-07 392
6577 2024. 1.24.물날. 맑음 / 탁류, 그리고 옥구농민항쟁 옥영경 2024-02-07 379
6576 2024. 1.23.불날. 눈 / 끊임없이 자기 해방하기 옥영경 2024-02-07 396
6575 2024. 1.22.달날. 맑음 / 포트락 옥영경 2024-02-07 38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