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31.흙날. 맑음
으악, ...
지나는 고양이도 불러 세워 호미를 맡긴다는 농번기입니다.
여기라고 다를까요.
이렇게 말하면 무슨 대단한 농사를 짓고 있는 줄 알겠습니다만
손에 익은 일이 아니니 남새밭만해도 몇 천 평 농사 같을 밖에요.
더구나 최소의 식구로 사는 요즘입니다.
일은 너무나 널려 있어
여기 간 걸음에 주저앉아 풀을 매고
저기 간 길로 밭을 매고
마을길 가다 논에 내려가 둑을 살피고...
늘 작정했던 것보다 일 진척은 턱없습니다.
쇠날부터 주말이면 이른 새벽에 시작하여 어둠 드리우기 전까지 일을 좇아다니고,
흙투성이로 잠이 들고 새소리에 또 깨어 달려 나갑니다.
그래도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책상에서의 ‘생각’은 일을 방해한다면
들에서 하는 ‘생각’은 마치 곁에서 흐르는 강물 같습니다, 무심하게.
그래서 책상에서는 생각이 일을 흩어지게 하지만
들에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그냥 잘 바라보게 하지요,
자신의 일도 남의 일처럼.
명상이 따로 없습니다.
치유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오늘은 점심 뒤 학교 마당가에 있는 열매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
어느새 앵두가 빠알갛게 물이 들어가고
보리수열매가 굵습니다.
밭딸기는 또 얼마나 바글바글한지요.
한 움큼씩 따 먹고 오후 일을 시작했지요.
교무실에도 들러 메일들에 답변도 달았습니다.
날이 무섭게 갑니다.
누가 “이렇게 살다 죽겠구나.(죽어가겠구나)”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