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31.흙날. 맑음

조회 수 1245 추천 수 0 2008.06.09 13:42:00

2008. 5.31.흙날. 맑음


으악, ...
지나는 고양이도 불러 세워 호미를 맡긴다는 농번기입니다.
여기라고 다를까요.
이렇게 말하면 무슨 대단한 농사를 짓고 있는 줄 알겠습니다만
손에 익은 일이 아니니 남새밭만해도 몇 천 평 농사 같을 밖에요.
더구나 최소의 식구로 사는 요즘입니다.
일은 너무나 널려 있어
여기 간 걸음에 주저앉아 풀을 매고
저기 간 길로 밭을 매고
마을길 가다 논에 내려가 둑을 살피고...
늘 작정했던 것보다 일 진척은 턱없습니다.
쇠날부터 주말이면 이른 새벽에 시작하여 어둠 드리우기 전까지 일을 좇아다니고,
흙투성이로 잠이 들고 새소리에 또 깨어 달려 나갑니다.
그래도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책상에서의 ‘생각’은 일을 방해한다면
들에서 하는 ‘생각’은 마치 곁에서 흐르는 강물 같습니다, 무심하게.
그래서 책상에서는 생각이 일을 흩어지게 하지만
들에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그냥 잘 바라보게 하지요,
자신의 일도 남의 일처럼.
명상이 따로 없습니다.
치유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오늘은 점심 뒤 학교 마당가에 있는 열매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
어느새 앵두가 빠알갛게 물이 들어가고
보리수열매가 굵습니다.
밭딸기는 또 얼마나 바글바글한지요.
한 움큼씩 따 먹고 오후 일을 시작했지요.
교무실에도 들러 메일들에 답변도 달았습니다.

날이 무섭게 갑니다.
누가 “이렇게 살다 죽겠구나.(죽어가겠구나)” 하더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114 2006.12.25.달날. 맑음 옥영경 2006-12-26 1247
5113 2006학년도 ‘6-7월 공동체살이’ 아이들 움직임 옥영경 2006-09-15 1247
5112 113 계자 닫는 날, 2006.8.26.흙날.맑음 옥영경 2006-09-13 1247
5111 7월 13일 물날 맑음 옥영경 2005-07-20 1247
5110 5월 빈들모임 닫는 날, 2012. 5.27.해날. 맑음 옥영경 2012-06-02 1246
5109 132 계자 여는 날, 2009. 8. 2.해날. 한 때 먹구름 지나 옥영경 2009-08-07 1246
5108 2009. 2.19.나무날. 흐리더니 눈, 그것도 묻힐 만큼 옥영경 2009-03-07 1246
5107 2008.12.25.나무날. 눈발 날리다가 옥영경 2008-12-29 1246
5106 2008. 8.27.물날. 맑음 옥영경 2008-09-15 1246
» 2008. 5.31.흙날. 맑음 옥영경 2008-06-09 1245
5104 2007. 3.21.물날. 흐림 옥영경 2007-04-06 1246
5103 2006.11.27. -12. 3.달-해날 / 낙엽방학, 그리고 입양 계획 옥영경 2006-12-05 1246
5102 2006.10.17.불날. 맑음 옥영경 2006-10-18 1246
5101 8월 22-24일, 한라산 산오름 옥영경 2005-09-11 1246
5100 5월 16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5-05-21 1246
5099 2월 14일 달날, 흐림 옥영경 2005-02-16 1246
5098 2011. 6.15.물날. 맑음 / 보식 3일째 옥영경 2011-07-02 1245
5097 2008. 4.15.불날. 맑음 옥영경 2008-05-04 1245
5096 2008. 3.30.해날. 비 옥영경 2008-04-12 1245
5095 2008. 3.20.나무날. 맑음 옥영경 2008-04-06 124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