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31.흙날. 맑음

조회 수 1224 추천 수 0 2008.06.09 13:42:00

2008. 5.31.흙날. 맑음


으악, ...
지나는 고양이도 불러 세워 호미를 맡긴다는 농번기입니다.
여기라고 다를까요.
이렇게 말하면 무슨 대단한 농사를 짓고 있는 줄 알겠습니다만
손에 익은 일이 아니니 남새밭만해도 몇 천 평 농사 같을 밖에요.
더구나 최소의 식구로 사는 요즘입니다.
일은 너무나 널려 있어
여기 간 걸음에 주저앉아 풀을 매고
저기 간 길로 밭을 매고
마을길 가다 논에 내려가 둑을 살피고...
늘 작정했던 것보다 일 진척은 턱없습니다.
쇠날부터 주말이면 이른 새벽에 시작하여 어둠 드리우기 전까지 일을 좇아다니고,
흙투성이로 잠이 들고 새소리에 또 깨어 달려 나갑니다.
그래도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책상에서의 ‘생각’은 일을 방해한다면
들에서 하는 ‘생각’은 마치 곁에서 흐르는 강물 같습니다, 무심하게.
그래서 책상에서는 생각이 일을 흩어지게 하지만
들에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그냥 잘 바라보게 하지요,
자신의 일도 남의 일처럼.
명상이 따로 없습니다.
치유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오늘은 점심 뒤 학교 마당가에 있는 열매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
어느새 앵두가 빠알갛게 물이 들어가고
보리수열매가 굵습니다.
밭딸기는 또 얼마나 바글바글한지요.
한 움큼씩 따 먹고 오후 일을 시작했지요.
교무실에도 들러 메일들에 답변도 달았습니다.

날이 무섭게 갑니다.
누가 “이렇게 살다 죽겠구나.(죽어가겠구나)” 하더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5114 2007. 6.10.해날. 맑음 옥영경 2007-06-22 1229
5113 6월 15일 물날 오후 비 옥영경 2005-06-19 1229
5112 2011.11.23.물날. 비와 해와 구름과 거친 바람과 옥영경 2011-12-05 1228
5111 2011.11.20.해날. 맑은 흐림 옥영경 2011-12-03 1228
5110 2009. 7. 9.나무날. 흐림 / <내 마음의 상록수> 옥영경 2009-07-16 1228
5109 2008.10.17.쇠날. 맑음 옥영경 2008-10-28 1228
5108 2006.2.15.물날. 비였다가 눈이었다가 옥영경 2006-02-16 1228
5107 108 계자 열 이튿날, 2006.1.13.쇠날. 가랑비 옥영경 2006-01-15 1228
5106 2011. 6.25.흙날. 비 옥영경 2011-07-11 1227
5105 2009. 2. 9.달날. 맑음 / 정월대보름 옥영경 2009-02-24 1227
5104 2008. 3.30.해날. 비 옥영경 2008-04-12 1227
5103 105 계자 닷새째, 8월 5일 쇠날 참 맑은 날 옥영경 2005-08-13 1227
5102 5월 21일 흙날 흐리더니 개데요 옥영경 2005-05-27 1227
5101 2011. 9. 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1-09-10 1226
5100 2011 여름 청소년계자 갈무리글 옥영경 2011-08-01 1226
5099 2011. 5.30.달날. 회색 오후 옥영경 2011-06-09 1226
5098 2010. 9.12.해날. 밤새 내리던 비 개다 옥영경 2010-09-29 1226
5097 2008. 2.12.불날. 맑으나 옥영경 2008-03-07 1226
5096 2007. 5.15.불날. 맑음 옥영경 2007-05-31 1226
5095 2007. 4.15.해날. 맑음 옥영경 2007-04-24 122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