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5.31.흙날. 맑음

조회 수 1228 추천 수 0 2008.06.09 13:42:00

2008. 5.31.흙날. 맑음


으악, ...
지나는 고양이도 불러 세워 호미를 맡긴다는 농번기입니다.
여기라고 다를까요.
이렇게 말하면 무슨 대단한 농사를 짓고 있는 줄 알겠습니다만
손에 익은 일이 아니니 남새밭만해도 몇 천 평 농사 같을 밖에요.
더구나 최소의 식구로 사는 요즘입니다.
일은 너무나 널려 있어
여기 간 걸음에 주저앉아 풀을 매고
저기 간 길로 밭을 매고
마을길 가다 논에 내려가 둑을 살피고...
늘 작정했던 것보다 일 진척은 턱없습니다.
쇠날부터 주말이면 이른 새벽에 시작하여 어둠 드리우기 전까지 일을 좇아다니고,
흙투성이로 잠이 들고 새소리에 또 깨어 달려 나갑니다.
그래도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책상에서의 ‘생각’은 일을 방해한다면
들에서 하는 ‘생각’은 마치 곁에서 흐르는 강물 같습니다, 무심하게.
그래서 책상에서는 생각이 일을 흩어지게 하지만
들에선 자신을 둘러싼 여러 상황들을 그냥 잘 바라보게 하지요,
자신의 일도 남의 일처럼.
명상이 따로 없습니다.
치유가 다른 데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기가 좋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참 좋습니다.

오늘은 점심 뒤 학교 마당가에 있는 열매들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아...”
어느새 앵두가 빠알갛게 물이 들어가고
보리수열매가 굵습니다.
밭딸기는 또 얼마나 바글바글한지요.
한 움큼씩 따 먹고 오후 일을 시작했지요.
교무실에도 들러 메일들에 답변도 달았습니다.

날이 무섭게 갑니다.
누가 “이렇게 살다 죽겠구나.(죽어가겠구나)” 하더니...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6614 2024. 3.23.흙날. 살짝 비 옥영경 2024-04-10 320
6613 2024. 3.22.쇠날. 흐림 / 오늘도 그대들로 또 산다 옥영경 2024-04-10 329
6612 2024. 3.21.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10 340
6611 2024. 3.20.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333
6610 2024. 3.19.불날. 진눈깨비 날린 이른 아침 옥영경 2024-04-09 322
6609 2024. 3.18.달날. 맑음 / 그대에게 옥영경 2024-04-09 326
6608 2024. 3.17.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9 317
6607 2024. 3.16.흙날. 맑음 옥영경 2024-04-03 410
6606 2024. 3.15.쇠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76
6605 2024. 3.14.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72
6604 2024. 3.13.물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18
6603 2024. 3.12.불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24-04-02 338
6602 2024. 3.11.달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21
6601 2024. 3.10.해날. 맑음 옥영경 2024-04-02 343
6600 2024. 3. 9.흙날. 맑음 / 사과 한 알 1만 원 옥영경 2024-03-28 315
6599 2024. 3. 8.쇠날. 오후 구름 걷히다 옥영경 2024-03-28 318
6598 2024. 3. 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4-03-28 332
6597 2024. 3. 6.물날. 흐림 옥영경 2024-03-28 317
6596 2024. 3. 5.불날. 비 그치다 / 경칩, 그리고 ‘첫걸음 예(禮)’ 옥영경 2024-03-27 331
6595 2024. 2.11.해날 ~ 3. 4.달날 / '물꼬에선 요새'를 쉽니다 옥영경 2024-02-13 61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