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7. 흙날. 맑음

조회 수 1173 추천 수 0 2008.06.23 16:04:00

2008. 6. 7. 흙날. 맑음


부레옥잠이 새끼를 쳐서
연못이 가득합니다.
들여다보고 있던 아이가
뿌리들을 다시 여럿으로 나누어 주었지요.
가물어 말려들어갔던 간장집 하수처리통 연잎은
며칠 물기에 제법 넓게 펴졌습니다.
여름날이 거기서 물방울처럼 놉니다.
그 그늘을 지붕 삼아 날벌레뿐 아니라 길벌레들도 쉬고 있었지요.

“새가 죽었어!”
책방 책상 밑에서 작은 새 두 마리가 죽었습니다.
며칠을 지났는 듯했지요.
“부부인가 봐.”
아이는 소식을 열심히 전합니다.
“새끼 낳으러 왔나 봐, ... 어째...”
수 일전 새 한 마리 복도 유리창에 머리 부딪고 있던 것 보았더랬습니다.
그날 내내 문을 열어놓으며 알아 나가려니 했지요.
가끔 있는 일이기도 하여
또 그러려니 하고 말았습니다.
짝이 다쳐 그를 위해 먹이를 찾아가던 길이었을 려나요.
안일했던 시간이 이렇게 한 존재의 죽음을 불렀습니다.
사는 일이 이리 죄를 더하는 일이네요.
마음이 촛불 앞 그림자마냥 떨립니다.
미-안-합니다...

장독대가 어느새 또 풀숲에 앉았습니다.
그러면 꼭 울 어머니 뒤에서 안타까이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날마다 항아리를 닦으셨더랬지요.
식구들 밥을 하는 사이 사이
풀을 뽑습니다.
언제 이렇게 또 덮었더랍니까.
풀이 좀 있으면 또 어떠냐 싶기도 하지만
사람이 있을 자리, 장독이 있을 자리, 풀이 있을 자리가 있지 않을지요.
훤해진 장독대가 여름 한낮 바람 드는 그늘 같아졌습니다.
현관 양쪽으로도 풀 어찌나 웃자랐는지요.
저녁답엔 호미를 들고 거기 갔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젤 많이 드나드는 곳인데
풀을 좀 거둬주는 게 인사겠지 싶었지요.
기락샘과 류옥하다 선수는 오전에는 본관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목공실을 정리했습니다.
통 쓰일 일 없는 요즘이지만,
톱밥이며 영 어수선하여 눈이 자주 걸리더니
계자 준비 하나 한 셈이었지요.

낮 동안 땀 흠뻑 흘린 식구들,
저녁에는 김천 시내 넘어가 목욕도 하고 왔더랍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614 2019.10. 4.쇠날. 맑음 / 여민락교향시 초연 옥영경 2019-11-24 551
1613 2019.10. 5.흙날. 흐림 옥영경 2019-11-24 491
1612 2019.10. 6.해날. 잠깐 해 / 그대에게 옥영경 2019-11-25 1490
1611 2019.10. 7.달날. 비 옥영경 2019-11-25 518
1610 2019.10. 8.불날. 맑음 / 기본소득, 그리고 최저임금 옥영경 2019-11-27 554
1609 2019.10. 9.물날. 맑음 옥영경 2019-11-27 735
1608 2019.10.10.나무날. 맑음 / 나는 제습제입니다! 옥영경 2019-11-27 602
1607 2019.10.11.쇠날. 맑음 옥영경 2019-11-27 579
1606 2019.10.12.흙날. 맑음 / 돌격대 옥영경 2019-11-27 737
1605 2019.10.13.해날. 맑음 / 돌격대 2탄 옥영경 2019-11-27 734
1604 2019.10.14.달날. 흐림 옥영경 2019-11-27 584
1603 2019.10.15.불날. 잠깐 볕. 흐리고 기온 낮고 바람 불고 옥영경 2019-11-27 547
1602 2019.10.16.물날. 볕 / 우리 모두 나이를 먹는다 옥영경 2019-12-05 545
1601 2019.10.17.나무날. 흐림 / 주목 세 그루 옥영경 2019-12-05 464
1600 2019.10.18.쇠날. 흐리다 비 옥영경 2019-12-05 488
1599 10월 물꼬스테이 여는 날, 2019.10.19.흙날. 맑음 옥영경 2019-12-05 525
1598 10월 물꼬스테이 닫는 날, 2019.10.20.해날. 맑음 / 아고라 잔디 30평을 심은 그 뒤! 옥영경 2019-12-05 509
1597 2019.10.21.달날. 맑음 / 오늘은 오늘치의 삶을 살아냈고 옥영경 2019-12-05 629
1596 2019.10.22.불날. 흐림 / 몸에 병 없기를 바라지 말라... 옥영경 2019-12-05 686
1595 2019.10.23.물날. 빗방울 셋 옥영경 2019-12-10 53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