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7. 흙날. 맑음
부레옥잠이 새끼를 쳐서
연못이 가득합니다.
들여다보고 있던 아이가
뿌리들을 다시 여럿으로 나누어 주었지요.
가물어 말려들어갔던 간장집 하수처리통 연잎은
며칠 물기에 제법 넓게 펴졌습니다.
여름날이 거기서 물방울처럼 놉니다.
그 그늘을 지붕 삼아 날벌레뿐 아니라 길벌레들도 쉬고 있었지요.
“새가 죽었어!”
책방 책상 밑에서 작은 새 두 마리가 죽었습니다.
며칠을 지났는 듯했지요.
“부부인가 봐.”
아이는 소식을 열심히 전합니다.
“새끼 낳으러 왔나 봐, ... 어째...”
수 일전 새 한 마리 복도 유리창에 머리 부딪고 있던 것 보았더랬습니다.
그날 내내 문을 열어놓으며 알아 나가려니 했지요.
가끔 있는 일이기도 하여
또 그러려니 하고 말았습니다.
짝이 다쳐 그를 위해 먹이를 찾아가던 길이었을 려나요.
안일했던 시간이 이렇게 한 존재의 죽음을 불렀습니다.
사는 일이 이리 죄를 더하는 일이네요.
마음이 촛불 앞 그림자마냥 떨립니다.
미-안-합니다...
장독대가 어느새 또 풀숲에 앉았습니다.
그러면 꼭 울 어머니 뒤에서 안타까이 쳐다보는 것 같습니다.
날마다 항아리를 닦으셨더랬지요.
식구들 밥을 하는 사이 사이
풀을 뽑습니다.
언제 이렇게 또 덮었더랍니까.
풀이 좀 있으면 또 어떠냐 싶기도 하지만
사람이 있을 자리, 장독이 있을 자리, 풀이 있을 자리가 있지 않을지요.
훤해진 장독대가 여름 한낮 바람 드는 그늘 같아졌습니다.
현관 양쪽으로도 풀 어찌나 웃자랐는지요.
저녁답엔 호미를 들고 거기 갔습니다.
그래도 사람이 젤 많이 드나드는 곳인데
풀을 좀 거둬주는 게 인사겠지 싶었지요.
기락샘과 류옥하다 선수는 오전에는 본관 청소를 하고
오후에는 목공실을 정리했습니다.
통 쓰일 일 없는 요즘이지만,
톱밥이며 영 어수선하여 눈이 자주 걸리더니
계자 준비 하나 한 셈이었지요.
낮 동안 땀 흠뻑 흘린 식구들,
저녁에는 김천 시내 넘어가 목욕도 하고 왔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