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13.쇠날. 맑음

조회 수 1312 추천 수 0 2008.07.06 17:10:00

2008. 6.13.쇠날. 맑음


“두꺼비 봤어요!”
반갑지요.
아이가 좇아왔습니다.
맑은 날엔 드물지만
그래도 습이 많은 아침 저녁 마주치기도 하지요.
두꺼비도 지켜주고, 뱀도 집을 지켜주는 이곳입니다.

‘그늘’!
고운 낱말입니다.
음지라는 뜻에서 어두운 것을 대신해서 쓰이기도 하지만
‘품’이라는 의미로, 혹은 여름날 피서의 뜻으로도 쓰이는 말이지요.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다고 할 때
어떤 장소를 혹은 어떤 사람을 또는 무엇을 꼽기도 하겠는데,
저는 여름날 큰 느티나무 그늘 아래서가 그러합니다.
오늘은 그 그늘 아래서 노래 하나 불렀습니다,
네가 부르는 줄 알았다며 선배가 가져다 준 음반에 있던.
아주 옛적 한 대학 앞의 아주 작은 카페에서
주말 밤마다 기타 치고 노래 불렀던 적이 있답니다.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놓아도 /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 북두칠성 고래별 자리
나무 끝에 쉬어 가곤 했지 /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개 속에서 /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 수니의 노래 <나무의 꿈>

다 놓고 그늘 아래에서 잠시 노닐다가
지역 도서관에서 하는 유화반도 들러보고
오는 길에 면민회관에서 풍물도 하다 돌아왔답니다.
더운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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