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17.불날. 흐려가다

조회 수 1388 추천 수 0 2008.07.06 17:12:00

2008. 6.17.불날. 흐려가다


장마 북상 중.
한 주 일찍 와버린 장마입니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장마 닥쳐 집 짓는다고(생태화장실과 샤워실) 사람들에게 툴툴거리지만
그럴 수밖에 또 없는 사정들이 있지요.
목수샘은 샘대로 하던 금산에서 짓던 집이 있었더랬지요.
오늘은 순천에서 황토샘이 자원봉사를 오셨습니다.
마무리까지 목수샘과 함께 한다 합니다.
배정익샘도 잠시 다니러 오셔서 하룻밤을 묵으십니다.
올 여름 계자에서 부엌을 맡아줄 분이시지요.
한옥을 짓는 분으로 오래전 레스토랑을 하셨는데,
맛을 자꾸 잃어버려가고 있는 듯하여 일을 접으셨다데요.
“일상적인 반찬은 안 해 봐서...”
하지만 하던 가락이 어딜 가겠는지요.
마음을 내는 일이 늘 젤 큰 부분이겠습니다.
그리 내셨으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아이랑 6월 20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제가 밖에 나가서 하고 있는 공부 일정이
한 학기 마무리되기도 하는 날이지요.
핏자도 그날 만들어 먹기로 하고
스파게티며 쿠키며도 그 뒤로,
같이 동화를 읽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 날 뒤로 그 날 뒤로...
“그런데, 꼭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애.”
“그러게...”
“노는 날이 더 바뻐.”
“너도 그런 걸 알아?”
아이는 마음이 달려 나갑니다.
‘그래, 노는 날이니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니까,
그래서 쉬는 날 일이 더 많을 수도 있지.
너는 벌써 그런 걸 다 아는구나...’

대구에서 간곡하게 온 전화를 받습니다.
중 1년 아이의 문제입니다.
지금 닥친 일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정말 시간 싸움인디,
우야꼬,
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나중에 하라고 못하겠데요,
지금 피 철철 흘리는데...
집단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가를 듣습니다.
한 사람을 몰고 가는 덩어리의 관성을 봅니다.
누구에게 그런 권리가 있단 말인가요.
한 아이가 아파서, 아파서 땅으로 녹아내릴 것 같습니다.
1시간 통화,
혹 누군가 얘기만 들어도 위로가 될까 싶어,
이렇게라도 도움일 수 있다면 두 시간인들 세 시간인들 통화를 못할까요,
그저 듣고 온 마음을 다해 할 수 있는 말을 더합니다.
십여 년 전 제가 냈던 작은 책에 대해
한 잡지에 있던 그가 서평을 쓰며 만난 인연이지요.
아이를 키워가며 간간이 이렇게 소식 주고받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그래, 그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아이를 같이 키우고 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634 2008. 7.21.달날. 갬 옥영경 2008-07-30 1274
1633 2008. 7.22.불날. 맑음 옥영경 2008-07-30 1160
1632 2008. 7.20.해날. 비 오락가락 옥영경 2008-07-27 1190
1631 2008. 7.19.흙날. 비 가끔 그치고 옥영경 2008-07-27 1112
1630 2008. 7.18.쇠날. 무더위 뿌연 하늘 옥영경 2008-07-27 1445
1629 2008. 7.17.나무날. 더위 옥영경 2008-07-27 1274
1628 2008. 7.16.물날. 맑음 옥영경 2008-07-27 1103
1627 2008. 7.15.불날. 소나기 옥영경 2008-07-27 1090
1626 2008. 7.14.달날. 맑음 옥영경 2008-07-27 1057
1625 2008. 7.13.해날. 맑음 옥영경 2008-07-27 1206
1624 2008. 7.12.흙날. 맑음 옥영경 2008-07-24 1193
1623 2008. 7.10.나무날. 또 폭염 옥영경 2008-07-24 1371
1622 2008. 7.11.쇠날. 더위 쬐끔 누그러진 옥영경 2008-07-24 1106
1621 2008. 7. 8.불날. 맑음 옥영경 2008-07-24 1192
1620 2008. 7. 9.물날. 폭염 며칠 째 옥영경 2008-07-24 1150
1619 2008. 7. 7.달날. 맑음 옥영경 2008-07-24 1111
1618 2008. 7. 6.해날. 맑음 옥영경 2008-07-21 1358
1617 2008. 7. 5.흙날. 폭염주의보 옥영경 2008-07-21 1155
1616 2008. 7. 3. 나무날. 아침비 옥영경 2008-07-21 1278
1615 2008. 7. 4.쇠날. 맑음, 무지 더울세 옥영경 2008-07-21 122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