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17.불날. 흐려가다
장마 북상 중.
한 주 일찍 와버린 장마입니다.
좋은 시절 다 보내고
장마 닥쳐 집 짓는다고(생태화장실과 샤워실) 사람들에게 툴툴거리지만
그럴 수밖에 또 없는 사정들이 있지요.
목수샘은 샘대로 하던 금산에서 짓던 집이 있었더랬지요.
오늘은 순천에서 황토샘이 자원봉사를 오셨습니다.
마무리까지 목수샘과 함께 한다 합니다.
배정익샘도 잠시 다니러 오셔서 하룻밤을 묵으십니다.
올 여름 계자에서 부엌을 맡아줄 분이시지요.
한옥을 짓는 분으로 오래전 레스토랑을 하셨는데,
맛을 자꾸 잃어버려가고 있는 듯하여 일을 접으셨다데요.
“일상적인 반찬은 안 해 봐서...”
하지만 하던 가락이 어딜 가겠는지요.
마음을 내는 일이 늘 젤 큰 부분이겠습니다.
그리 내셨으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아이랑 6월 20일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제가 밖에 나가서 하고 있는 공부 일정이
한 학기 마무리되기도 하는 날이지요.
핏자도 그날 만들어 먹기로 하고
스파게티며 쿠키며도 그 뒤로,
같이 동화를 읽는 것도, 그림을 그리는 것도 그 날 뒤로 그 날 뒤로...
“그런데, 꼭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애.”
“그러게...”
“노는 날이 더 바뻐.”
“너도 그런 걸 알아?”
아이는 마음이 달려 나갑니다.
‘그래, 노는 날이니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거니까,
그래서 쉬는 날 일이 더 많을 수도 있지.
너는 벌써 그런 걸 다 아는구나...’
대구에서 간곡하게 온 전화를 받습니다.
중 1년 아이의 문제입니다.
지금 닥친 일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정말 시간 싸움인디,
우야꼬,
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니 나중에 하라고 못하겠데요,
지금 피 철철 흘리는데...
집단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가혹할 수 있는가를 듣습니다.
한 사람을 몰고 가는 덩어리의 관성을 봅니다.
누구에게 그런 권리가 있단 말인가요.
한 아이가 아파서, 아파서 땅으로 녹아내릴 것 같습니다.
1시간 통화,
혹 누군가 얘기만 들어도 위로가 될까 싶어,
이렇게라도 도움일 수 있다면 두 시간인들 세 시간인들 통화를 못할까요,
그저 듣고 온 마음을 다해 할 수 있는 말을 더합니다.
십여 년 전 제가 냈던 작은 책에 대해
한 잡지에 있던 그가 서평을 쓰며 만난 인연이지요.
아이를 키워가며 간간이 이렇게 소식 주고받습니다.
고마울 일입니다.
‘그래, 그래,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아이를 같이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