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18.물날. 비

조회 수 1360 추천 수 0 2008.07.06 17:12:00

2008. 6.18.물날. 비


들깨 와르르 오릅니다.
자글거리는 아이들 웃음 같습니다.
쑥갓꽃은 노오랗게 환하기도 하지요.
저리 예쁘니 어떤 이는 키우는 것들을 보느라
기도가 아니 된다던가요.
벌써 몸이 그것들 앞에 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농사 짓는다데요.
그만큼 집중해서 해보진 못하고 있지만
손이 모자라 풀만 무성하던 간장집 텃밭에도
올해는 갖가지 것들이 나고 자라 꽃피우고 열매 맺고 있답니다.
놀라운 일이 다른 게 아닙니다.

종대샘은 드디어 물관을 다 이었습니다.
스프링쿨러를 달아
좀 더 수월하게 버섯동에 물을 주겠다고 했으나
자꾸 다른 일에 밀려 젊은 할아버지 애를 태우고 있었지요.
버섯은 올라올 기미가 보이는데
바짝 말라 있으니 크질 않는단 말입니다.
“벌써 한 번은 따 먹었을 텐데...”
오늘은 그예 부속을 사다가 관의 크기를 서로 맞춰 놓으니
수압 조절이 잘 되어 물 좌악 뿌려졌지요.
곧 버섯 쏟아질 겝니다.

총각김치를 담습니다.
4월 큰 잔치 때를 빼고는 묵은 김치로 여태 지냈더랍니다,
채마밭에서 갓 뽑아온 것들로 채소겉절이를 더러 해서 먹으며.
그런데 현장(생태화장실 짓기)이 돌고 있으니
아무래도 먹는 것에 마음이 많이 쓰입니다.
무엇보다 김치는 제대로 내야 되겠다 싶지요.
마침 총각무가 들어왔습니다.
다 못다 먹는다고 이웃 마을에서 나눠준 것입니다.
하루만 넘겨도 채소가 짓물러 녹아내리는 장마철이라
손이 빠른 것을 믿고 후다닥 담는데,
으악, 그래도 자정이 또 다 됩니다.
저도 글쎄 기말이란 걸 보거든요.
제가 채점을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한편 시험을 치기도 한답니다.
그런데 그 왜 꼭 그렇잖아요,
시험기간에 흐트러진 서랍장이 보이고
쌓인 바닥 먼지가 보이고
잊고 있었던 일이 생각나고
자꾸 당장 해야만 할 일이 눈에 띄고...
아이구, 책 좀 봐야 하는데...

본관 뒤란은 기존에 있던 작은 씻는 곳이 다 철거되더니
위로 파아란 천막이 지붕처럼 쳐졌고
그 아래서 설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장마에도 아랑곳없이 작업을 해나간다 합니다.
기초도 콘크리트로 편하게 하는 길을 두고
처음 생각대로 흙과 자갈로 한다지요.
비록 후미진 곳이긴 하나
온 마음으로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단단히
아이들 공간을 만든다 합니다.
비가 많지 않은 장마라 하였으니
또 다행입니다,
이렇게 집 짓는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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