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24.불날. 볕 쨍쨍

조회 수 1189 추천 수 0 2008.07.11 15:02:00

2008. 6.24.불날. 볕 쨍쨍


접시꽃이 폈습니다.
언제 저리 피었답니까.
살아생전 옷 한 번 못해준 아내에게
죽어 베옷 한 번 입혔다고 눈시울 붉히던 시인의 노래로
더 안타까운 꽃이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미국에 머물다 돌아온 날,
밭으로 달려갔던 아이가 돌아와 말했습니다.
“엄마, 자연은 참 위대해.
사람이 돌봐 주지 않을 때도
쑥갓은 꽃을 피우고, 열무는 열매를 맺고, 고추는 ...”
그러게요, 어떤 일들이 벌어지든 아랑곳없이
어김없이 꽃 피고 지는 산골입니다.

아이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간 제도가 아닌데 제도의 흐름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나 돌아봅니다.
이미 학교를 벗어났는데 혹 ‘학교’에 매달려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학교, 필요한 때 가면 되지요.
검정고시 역시 그리 하면 될 것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학교 가는 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또 없었을까요.
정작 아이는 멀쩡한데
여전히 부모가 불안했던 건 아니었을까 살펴봅니다.
이제야 좀 자유로워진 듯했지요.
우리 살고픈 꼭 그대로 살아보려 애쓰렵니다.

매실효소를 담습니다.
다른 들 것들보다 매실을 젤 무난하게 아이들이 먹는 듯합니다.
하기야 예오면 뭐라도 맛있다는 아이들이긴 하지요.
아이들 배앓이에도 그만이고
만병통치약처럼 쓰이기도 하답니다.
고추 곁가지도 담으려 했는데,
진즉에 했으면 고추도 더 키웠겠는데,
오늘도 그건 못하고 넘어가네요.

대청소도 합니다.
지난주는 통 빗자루를 잡지 못했더랬지요.
식구들이 다 붙었네요.
잘 못 사는 시골살림이 그렇듯
우리 역시 온통 늘여놓고 지내다
이럴 때 한 번 뒤흔들며 정리하고 그런답니다.
마당에 난 풀을 보면 그 집을 안다나요,
그런데 우리 마당 좀 보셔요,
어째 통 돌보지 않은 집 같습니다요.
그래도 어떤 어르신들은
“그나마 손이 가니 이렇지, 우리는 더해.”
라고 위로해주시지요,
사는 일이 참...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풀이랑도 살고 먼지 쌓인 속에도 살고...
묘 옆에 집을 지었을 때 사람들이 이장이라도 시키라고 할 적
“산 자와 죽은 자가 사이좋게 살지, 뭐...”
하고 났더니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때처럼.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634 2019. 6.10.달날. 밤비 아침에 개고 가끔 구름 / 돌을 쌓다 옥영경 2019-08-05 629
1633 2023학년도 겨울, 173계자(1.7~12) 갈무리글 옥영경 2024-01-15 626
1632 2019. 8. 2.쇠날. 맑음 옥영경 2019-08-22 626
1631 2019. 7.18.나무날. 도둑비 다녀가고 흐림 옥영경 2019-08-17 626
1630 2020. 2. 4.불날. 갬 옥영경 2020-03-05 625
1629 2019.10.10.나무날. 맑음 / 나는 제습제입니다! 옥영경 2019-11-27 622
1628 2019. 6.13.나무날. 맑음 / 창고동 외벽 페인트 2 옥영경 2019-08-06 621
1627 173계자 닫는 날, 2024. 1.12.쇠날. 맑음 옥영경 2024-01-15 620
1626 172계자 여는 날, 2023. 8. 6.해날. 맑음 옥영경 2023-08-08 620
1625 2019. 6. 2.해날. 맑음 옥영경 2019-08-02 620
1624 2023. 4. 5.물날. 비 옥영경 2023-05-03 618
1623 2019. 6. 6.나무날. 저녁, 비가 시작는다 옥영경 2019-08-04 618
1622 2019. 5.27.달날. 자정부터 시작던 비가 종일 / 비 오는 날에는, 그리고 그대에게 옥영경 2019-07-24 618
1621 2019. 7.19.쇠날. 밤, 태풍 지나는 옥영경 2019-08-17 617
1620 168계자 여는 날, 2021. 8. 8.해날. 소나기, 풍문처럼 지나다 [1] 옥영경 2021-08-13 616
1619 2019. 9. 7.흙날. 13호 태풍 링링 지나간 옥영경 2019-10-16 616
1618 2019. 8.14.물날. 하늘의 반은 먹구름을 인, 그리고 자정부터 시작하는 비 / 164 계자 부모님들과 통화 중 옥영경 2019-09-19 616
1617 2019. 5.30.나무날. 아주 조금씩 흐려가다 조용한 밤비 / 너의 고통 옥영경 2019-08-01 616
1616 ‘2022 연어의 날’ 여는 날, 2022.6.25.흙날. 오려다 만 비 옥영경 2022-07-13 615
1615 2020. 4.16.나무날. 맑음 옥영경 2020-06-15 615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