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24.불날. 볕 쨍쨍

조회 수 1165 추천 수 0 2008.07.11 15:02:00

2008. 6.24.불날. 볕 쨍쨍


접시꽃이 폈습니다.
언제 저리 피었답니까.
살아생전 옷 한 번 못해준 아내에게
죽어 베옷 한 번 입혔다고 눈시울 붉히던 시인의 노래로
더 안타까운 꽃이 되었습니다.
작년 여름 미국에 머물다 돌아온 날,
밭으로 달려갔던 아이가 돌아와 말했습니다.
“엄마, 자연은 참 위대해.
사람이 돌봐 주지 않을 때도
쑥갓은 꽃을 피우고, 열무는 열매를 맺고, 고추는 ...”
그러게요, 어떤 일들이 벌어지든 아랑곳없이
어김없이 꽃 피고 지는 산골입니다.

아이에 대해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간 제도가 아닌데 제도의 흐름을 생각했던 건 아니었나 돌아봅니다.
이미 학교를 벗어났는데 혹 ‘학교’에 매달려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학교, 필요한 때 가면 되지요.
검정고시 역시 그리 하면 될 것입니다.
학교에 가지 않으니 학교 가는 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은 또 없었을까요.
정작 아이는 멀쩡한데
여전히 부모가 불안했던 건 아니었을까 살펴봅니다.
이제야 좀 자유로워진 듯했지요.
우리 살고픈 꼭 그대로 살아보려 애쓰렵니다.

매실효소를 담습니다.
다른 들 것들보다 매실을 젤 무난하게 아이들이 먹는 듯합니다.
하기야 예오면 뭐라도 맛있다는 아이들이긴 하지요.
아이들 배앓이에도 그만이고
만병통치약처럼 쓰이기도 하답니다.
고추 곁가지도 담으려 했는데,
진즉에 했으면 고추도 더 키웠겠는데,
오늘도 그건 못하고 넘어가네요.

대청소도 합니다.
지난주는 통 빗자루를 잡지 못했더랬지요.
식구들이 다 붙었네요.
잘 못 사는 시골살림이 그렇듯
우리 역시 온통 늘여놓고 지내다
이럴 때 한 번 뒤흔들며 정리하고 그런답니다.
마당에 난 풀을 보면 그 집을 안다나요,
그런데 우리 마당 좀 보셔요,
어째 통 돌보지 않은 집 같습니다요.
그래도 어떤 어르신들은
“그나마 손이 가니 이렇지, 우리는 더해.”
라고 위로해주시지요,
사는 일이 참...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풀이랑도 살고 먼지 쌓인 속에도 살고...
묘 옆에 집을 지었을 때 사람들이 이장이라도 시키라고 할 적
“산 자와 죽은 자가 사이좋게 살지, 뭐...”
하고 났더니 아무렇지도 않았던 그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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