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27.쇠날. 맑음

조회 수 1203 추천 수 0 2008.07.11 15:03:00

2008. 6. 27.쇠날. 맑음


읍내 가는 길입니다.
조금 서둘러 다시 경매가 이루어지는 공판장에 갑니다.
아이가 버섯 한 상자도 만들었습니다.
저가 팔러가는 거지요.
그것만 들고 게까지 차를 끌고 가면
말 그대로 기름값도 아니 나오겠지만(요새는 더하지요)
가는 걸음에 조금 일찍 나간 겁니다.
농산물들을 싸게 사올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잘 꾸려 가 사람들이 줄 세워 둔 물건들에 이어 놓았습니다.
경매사들의 속도를 따라갈 수가 없지요.
언제 우리 물건이 팔렸고 흥정이 끝나있었습니다.
내부에서 소화를 못한 유기농산물인 우리 표고는
이렇게 일반농산물로 형편없는 값에 팔려
마트 가서는 몇 십 배가 되는 거지요.
오늘 마트에 들러 가격을 따져보고는 둘 다 아주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그럴 거라 예상 아니 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이는
눅눅한 장마철에 제대로 말리지도 못하고 벌레가 먹을 거라며
잘 팔았다고, 그것으로 우리 필요한 것 얼마쯤을 살 수 있지 않았느냐
위로합니다.
아이들의 끊임없는 긍정의 힘은 어디로부터 오는 걸까요...

또 하나 배웠지요.
소매가 아니니 하나라고 우리가 물건들을 살 수는 없었습니다.
얼마쯤의 수수료를(여담 하나; 전 오랫동안 마진이 우리말인 줄 알았습니다) 약속하고
경매에 참여하는 중간 상인들에게 물건을 부탁해야 하더라구요.
그렇게 자두를 사고 수박을 사고 무를 사고 대파를 샀습니다.
농사 짓네 해도 자급 하는 게 몇 아니 되지요.
쌉디다,
사면서 미안합디다.
김용택의 ‘올해도 고추값은 똥값입니다’던 시 한 구절 떠올랐지요.

장독들을 정리합니다.
볕 좋은 날 열어 두진 못하더라도
기본이 되는 귀한 먹을 것들 담겨있는 항아리들
너무 오래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반질반질 윤나게 닦아봅니다.
그런데 한 항아리를 들다가 깰 뻔하였지요.
엎어놓았던 그 항아리,
개미들이 거대한 왕국을 만들어놓고 있었습니다.
거기 무수한 알, 알들...
첨엔 구데기인 줄 알아 놀랐고(예, 아직 친해지지 못한 존재입니다)
나중에는 금새 사태를 수습하고 이사를 간 그들의 기동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지요.
우리가 사람입네 하며
영묘 불가사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라 까불락거릴 때도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이 우주는
경이로운 삶을 이어가는 존재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뒤란 흙집(생태화장실)은 이제 뭐가 좀 되려나 봅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시멘트는 쓰지 않기로야 일찍이 한 결정이지만
황토샘은 어스백 기초를 하자 하고
종대샘은 황토와 돌기초 회반죽다짐을 하자 하며
서로를 열심히 설득하는 듯하더니,
잡석 넣어(15cm쯤 된다던가요) 다지고 돌기초에 회반죽했답니다.
그런데 가만 보니 금이 가던 걸요.
잘 모르는 사람이 말은 못 허고 쳐다만 보고 있는데
마사와 석회의 비율 문제 아닌가 싶더이다.
고민하던 두 샘은 다시 머리 맞대더니
비율을 달리하고 거기에 볏짚을 더해서 기초를 다지고 있었지요.
바삐 오고가면서 열심히 들여다봅니다.
곁에서 이런 집을 짓는 과정을 보는 일이 어디 흔할라구요.

한 주를 마감하며 월남쌈을 먹습니다.
여름이 왔나 부네요.
찬 성질의 야채를 잔뜩 썰어놓으니
오랜만에 밥상이 푸짐합니다.
저녁 뒤엔 열무김치랑 깍두기도 담았지요.
아무래도 공사현장이 있으니
먹는 것 준비하는데 들이는 시간이 많습니다.

청주 mbc 라디오 <여성시대>에서 인터뷰요청이 있었습니다.
한 주도 더 전에 온 연락이었는데,
웬만하면 전화로 하자니까 가야 한다네요,
거기까지 차를 몰고 갈 일을 생각하니 까마득해서,
생각 좀 해보느라 또 늦어져서,
그러다 다음 주에 가기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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