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5.흙날. 폭염주의보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8.07.21 18:14:00

2008. 7. 5.흙날. 폭염주의보


덥습니다.
예 기온이 이리 높으면
다른 데서는 열대야로 잠을 설친다지요.
곳곳이 폭염주의보라네요.
아이들은 해를 피해가며 질경이를 뜯습니다.
나물로 먹기 질기긴 하나
살짝 데쳐 말려 겨울에 된장국에 넣으면
좋은 별미가 된답니다.
부추와 상추도 뜯고 가려
가마솥방으로 가져옵니다.
고추도 제법 실하여
젊은할아버지가 따 오셨네요.

아이들은 마지막 밤이라 아쉬워라 합니다.
밤낚시를 가자던 밤이지요.
어두워오는 계곡으로 갑니다.
어른들 일곱(새끼일꾼 포함)에 아이들 넷,
온 식구들이 트럭에 올라타고 다 갑니다.
낚시를 가끔 가는 너출봉까지는 길이 너무 멀다고
물한계곡 자락으로 갔지요.
흘목(웃목)으로 말입니다.
날도 덥구요,
기름값의 옥죔이 여기라고 다르지도 않으니까요.
다리 아래로 더러 낚싯대를 드리운 이들이 있었으나
한 마리도 못 잡았다 합니다.
계곡 정비한다고 다 뒤집어 놓았으니
물에 사는 것들이 편할 리가 없지요.
아주 한참은 고기 드물지 싶습니다.
엄청난 피해를 불러왔던 ‘루사’나 ‘매미’ 막자고 정비한 계곡인데,
정말 살자고 한 짓이 맞는 건가 고개 갸웃거리게 됩니다.
‘100년 만에 한 번 오는 거라면 맞는 게 맞다,
이렇게 자연을 까뒤집을 게 아니라.’던 한 어르신 말씀이 떠올랐지요.
우리 역시 말이 낚시이지
찌는 더위를 피한 물놀이가 됩니다.
수박을 띄워놓고
아이들은 찰방거리기 시작합니다.
혹시나 하고 낚시대를 던져는 보지요.
좋습니다, 참 좋습니다.
뭘 더 바라겠는지요.
“희중아, 좋지 않냐?
사는 일, 그리 많은 게 필요치 않다.”
여름 시원한 물가,
겨울 뜨끈한 아랫목이며 족할 일이겠습니다.
어른들은 발을 담그고 도란거리거나
먼 산을 올려다보며 상념에 들고,
아이들은 데굴데굴 물에서 굴러가고 있었지요.
어느새 감자 익고
면도 끓고
밥도 비벼져 있었네요.

아, 아이들 성장다큐멘터리를 만드는 한 방송국에서
몇 주째 이곳에 사는 산골소년을 찍어보자고 제안해 오고 있었지요.
오늘 다시 연락이 왔네요.
식구들과 얘기를 해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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