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 7.달날. 맑음

조회 수 1110 추천 수 0 2008.07.24 13:43:00

2008. 7. 7.달날. 맑음


드나드는 식구들이 많은 요즘입니다.
그 손발들로 일이 되어가는 이곳이지요.
장보러 갑니다.
아무래도 공사현장이 돌아가니 바깥 재료들을 많이 들이게 되네요.
특히 고기요.
그런데 다들 살기가 팍팍하다더니
정말 장바구니가 든 것 없이 무겁습니다.
산골의 물꼬 삶에서 느낄 정도면
정말 정말 물가 높은 걸 겝니다.
다들 어찌들 사시는지...

면소재지에서 면세유 카드도 발급받고
농협이며 우체국이며
그리고 김천 시내로 넘어가 은행 일까지
직접 가야하는 일들을 몰아가서 보고도 옵니다.
숯가마에 들러 목초액도 실어왔지요.

아이를 태우고 가고 오는 길,
공동체에서는 마주 앉을 짬도 없다가
많은 얘기를 나누는 자리가 되지요.
끊임없이 재잘거리는 아이의 세계가
자주 기특하고 놀랍습니다.
“사람들은 뭔가를 필요로 해. 종교라는 건...
나 같은 경우는 엄마가 도와주면 마음의 중심을 바로 잡고 그러는데,
불교는 부처님이 해줄 수 있다고 하고,
기독교는 하나님이 해줄 수 있다고 하고,
즉 누가 그걸 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종교가 달라지는 거지요.
다 똑같은데, 결국, 믿는 대상이 다른 거지.”
오늘은 종교의 발생을 거론하고 있습니다.
그 말을 다 옮겨지지는 않습니다만
아이가 사유해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지요.
얘기는 정말 엄청난 가지로 뻗어나갑니다.
“몸이 마음보다 위야.
사실 몸이 있어야 마음이 있고,
사람들은 몸이 껍데기고 마음이 진짜라지만
마음이 있어야 할 곳이 몸 아냐?
그러니까 몸이 없으면 마음도 없는 거지.”
그래서 몸이 중요하고
그런 만큼 몸을 잘 돌봐주어야겠다 합니다.

아이한테 물었습니다.
“네 장점은 뭔 것 같애?”
말이 길어 적어 보랬더니 이렇게 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번호마다 이렇게 설명을 하데요.

1. 잘 수습하는 거:
짜증나고 화나고 혼나도 그건 다 지나가는 것,
그래서 금방 웃을 수 있다 합니다.
금방 기분을 바꾸고 다음 행동을 한다는 거지요.
2. 많은 면에서 당당한 것
3. 지식은 꽤 알고 있는 것:
이 시건방 좀 보시구려.
산골 산다고 정보며 바깥에 뒤진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아마도 이렇게 쓴 건 아닐까 짐작해 보기도 했지요.
4. 우물을 하나만 파지 않는 거:
들어보니 ‘전인’에 대한 얘기입니다.
두루 관심을 갖는다는 거지요.
불구 전문가에 대한 비판 같은 거겠습니다.
5. 말이 안 돼도 믿어보는 것:
“마법을 보세요. 그걸 꼭 없다고 생각할 수는 없고,
과학, 이런 건 상상을 실제로 만들어주기도 하지요.
상상은 중요해요.
상상은 과학보다 강하지요.”
인간이 알 수 있는 게 이 우주에서 불과 얼마 안 된다,
그러니 말이 안 되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단언할 수 없다,
뭐 그런 얘기 같습니다.

‘사회성’이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데요.
사람들이 이 아이에게 가장 걱정하는 점이 그것입니다.
산골에서 친구도 없이 사는 일에 대한 염려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갖는 개념들이
허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오늘 듭니다.
나는, 그대는, 사회성이 좋은가요?
또 제도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은 사회성이 얼마나 좋은가요?
우리 다 일정정도의 문제를 지니고 있지 않나요?(저만 그런가?)
두루 잘 지내는 일에 타고난 사람도 있겠지만,
탁월한 사람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성에 문제가 있음을 느낀다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자기 긍정성을 가지고 가정 안에서 잘 해나가면
그것이 사회성의 기초가 될 수 있지 않을지요.
그냥 우리 관계에 충실하고 그것을 잘 다져나가면
그 안정감과 익힘이 아이의 사회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 갖추고 사는 삶이 얼마나 되던가요.
그냥 각자의 제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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