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10.나무날. 또 폭염

조회 수 1376 추천 수 0 2008.07.24 13:45:00

2008. 7.10.나무날. 또 폭염


날이 더우니 견디지 못한 종대샘,
며칠 전부터 머리 잘라줄 시간 있냐 조릅니다.
머리를 아주 밀어드렸지요.
더위가 긴 머리 휘날리던 거구를 변화시켰네요.

“하다야아~”
툭하면 아이 이름이 불리웁니다.
그러면 어디선가 누군가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짱가처럼
그가 와서 어른들을 돕습니다.
아이는 요새 비행기 타고 다니지요.
교무실 복사기 옆엔 아이가 만든 활주로와
비행저장고, 그리고 정비소가 있고
몇 대의 비행기들이 줄 서 있는데,
거리마다 다니는 비행기가 다릅니다.
식구들은 이미 티켓을 교부받아 두었지요.
가끔 그 비행기를 어른들이 타기도 합니다.
“가마솥방 갈 건데...”
아이는 한 손에 ‘하다 1호’기를 들고
다른 손에 어른 손을 붙잡고 부웅 날아간답니다.

계자 신청들에 열심히 답을 주고 있지요.
계자 3주는 실제 그 준비와 마무리까지 8주 정도 되는 날들입니다.
“너도 다른 캠프 가지?”
예 사는 아이에게 권하니 어떤 게 있냐 물어옵니다.
그런 것 하나 찾고 따져볼 짬을 못내고 있는데,
마침 물꼬로 보내온 문서 하나에
보름 동안의 국토대장정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5학년부터라네요.
“하지만 사실 넌 학년이 없잖아.
일곱 살에 들어가면 5학년인 셈인데, 가 봐.”
“얼만데?”
“59만원. 혹시 우리처럼 돈이 없는 아이도 갈 수 있는 제도가 있을지도 모르고...”
“엄마, 그걸로 나 피아노 보내 줘.”
심술궂은 얼굴로 힘을 꽉 주며 그럽니다.
작년에는 발레를 하고 싶다더니,
가끔 고래방에서 엄마랑 둘이서만 하는 걸로 지나갔는데,
피아노도 그렇게 가끔 엄마에게 배우고 있는데,
영 성에 차지 않는 모양입니다.

건설노조가 파업 중입니다.
영동으로 들어가는 외곽도로엔 중장비들이 길게 늘어서서 엔진을 끄고 있지요.
그런데 굴삭기가 급히 필요한 일이 생깁니다.
목수샘과 황토샘이 성화입니다, 어찌 좀 알아봐 달라고.
별 수 없지요, 만만한 게 이웃 어르신들이십니다.
광평농장에 전화 넣습니다.
어이쿠, 그 사이 회장님이 다쳐 병원신세를 지고 계시네요.
“내가 안 다쳤으면 가서 해줄 텐데...”
그래서 기계를 빌려다 쓰기로 합니다.
단 한 번도 다른 사람 손에 준 일이 없다는 기계를
실어왔네요.
미안허고 고맙고...
사람 손이 귀하고 맘이 귀한 걸
이 산골살이가 더 크게 느끼며 살게 하지요.
정말 정말 잘 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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