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16.물날. 맑음

조회 수 1109 추천 수 0 2008.07.27 22:23:00

2008. 7.16.물날. 맑음


이동진료소가 들어온 날입니다.
이곳에도 작년까지는 진료소가 남아있었는데,
지난 겨울 상주하던 이가 떠나고
통근하는 이가 오가더니
아주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인구 감소 탓이겠지요.
그래서 이런 이동진료소가 반갑습니다.
어르신들한테는 더욱 그러할 테지요.
천날 만날 아프신 당신들이시니까요.
냉장고나 세탁기도 십 년이면 더러 문제가 생기는데
오래 쓴 물건(?)이지요.
평생을 갈지도 않고 쓰다 가는 우리 몸이 다시 경이롭네요.
삐거덕거리실 때가 되다마다요.
한 마을에 살아도 마실 안 나가면,
또 시원하다고 학교 소나무와 전나무 아래로 들어오는 얼굴 아니라면
한참을 통 보지도 못하고 지나다가
이런 날 안부를 묻습니다.
그토록 고왔던 한씨 할머니는 이제 지팡이를 짚으시고...
그러다 한 분 한 분 얼굴을 아주 못 보게 되었지요.
오는 이는 거의 없고 가시는 분들만 보는 산골이랍니다.
쓸쓸한 일입니다.

앞마을 할머니 한 분이
유모차에 감자를 한 자루 실어오셨습니다.
너무나 오랜 세월 써와서
이제 문제가 생긴 다리를 이 유모차에 의지하며
감자도 키우고 들깨도 키우십니다.
그래서 유모차할머니로 불리기도 하지요.
그렇게 기른 걸 또 이렇게 나눠주러 실어 오신답니다.
우린 또 우리가 나눌 게 있으면 드리지요.
관행논으로 지으셨지만
완전자급을 못하고 있는 물꼬의 현재에
그래도 밖에서 들어온 것보다 낫다며 잘 먹지요.

구미에서 손보태러 오셨던 송찬웅샘이 돌아가셨습니다.
일 좀 보고 다시 짬봐서 붙어주신다 하였지요.
한 한두 주 작업하고 끝나리라던 예상을 뒤집어
이왕하는 거 흙집 실험을 여러 가지로 해본다고
아예 공부의 장으로 삼은 황토샘도 나들이 잠깐 나갔습니다.
어디서들 그렇게 오는 것인지
늘 고마운 사람들입니다.

sbs 촬영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김치거리도 다듬고 여기 저기 필요한 손도 보태고
아주 식구처럼 지내고 있는 그들입니다.
오늘은 김천으로 촬영을 온 다른 팀도 합류를 했네요.
사무실에 보내져온 화면을 봤다며
꼭 들리고 싶었다 인사 들어왔지요.
오랜 친구들처럼 모여
마당에 횃불 밝히고 손님들이 들여온 고기 맛나게 구웠더랍니다.
연일 식구가 많네요.
재밌습니다.
북적이는 한 주가 그 나름대로 또 좋습니다.

아, 촬영팀 차 한 대가 밤에 달골 오르다가
그만 바퀴 둘 수로에 빠져버렸더랍니다.
자루에 흙을 담아 트럭으로 옮겨 수로를 메우며 바퀴를 빼냈지요.
자정이 넘데요.
“산골 삶이 지리할까 하여 그러신 거지요?”
이런 일도 난감함보다 재미가 되는 이곳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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