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22.불날. 맑음

조회 수 1160 추천 수 0 2008.07.30 14:30:00

2008. 7.22.불날. 맑음


건설노조는 아직도 파업 중입니다.
어떻게 끝이 날 수 있을까요?
읍내를 나갈 때마다
공설운동장 건너편 공터를 가득 메우고 멈춰선 중장비들을 보면
답답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아이랑 고민도 해보지요.
지나다니며 세워진 덤프트럭과 굴삭기를 보고 있으면
참 기가 막힙니다.
건설경기가 어떠하고 그들의 임금이 어떠하며
무엇이 문제이고 지금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정작 아이로부터 듣습니다.
그만 눈물이 글썽해지면 아이가 확인을 합니다.
“중단된 공사로 새는 돈이 걱정이야,
저 사람들 먹고 사는 일이 걱정되는 거야?”
저(자기)도 이미 알고 있는 대답이지요.
천막 아래 농성중인 그들과 언제 시원한 물이라도 나누자 했는데,
번번이 다른 길로 돌아오거나 잊었더랬습니다.
오늘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아이가 용돈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서 그들에게 들여보냈지요.
“나는 잠깐이라도 빚지고는 못 살거든.
그냥 엄마가 내라.
빌리는 게 아니라 그냥 내라.
내가 집에 가면 당장 주께.”
돌아와, 역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꼬깃꼬깃한 만원권을 내밀었더랍니다.

국악기제작촌도 다녀옵니다.
악기 채들이 망가진 게 더러 있지요.
장구 열채는 깎아서도 쓰나
다른 건 사서 쓰고 있습니다.
계자에서 잘 쓰이도록 준비합니다.
문구류도 장을 봅니다.
자연에 널린 것들을 잘 쓰는 이곳이라
또 이러저러 사람들이 챙겨서 보내주기도 하여
정작 사는 물건은 늘 몇 되지 않지만
그래도 또 필요한 게 없지는 않아
서울의 한 문구점에서 도매로 들여오고 있었는데,
이제 여의치가 않게 되었지요.
영동은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데
그래서 차비를 들여서라도 대전 나가고
혹은 김천으로 가는데,
그런데 한 문구점으로부터 아주 값싸게 공급을 받게 되었습니다.
여태 서울에서 왔던 가격과 견주어도
현재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도 높지 않은 값이었지요.
고마울 일입니다.

아이랑 같이 서예를 하는 어르신들이
긴 방학동안 이 골짝에서 나가지 못할 아이에게
점심을 챙겨주었습니다.
여기까지 들어와서 한국화를 가르쳐주는 미죽샘께는
우리가 또 한 학기 애쓰심을 식사로 대접해드리지요.
설장구샘은 인사만 가벼이 드렸네요.
모두 9월에 다시 뵐 것입니다.
정말 여름방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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