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7.24.나무날. 흐림

조회 수 1150 추천 수 0 2008.07.30 14:32:00

2008. 7.24.나무날. 흐림


1998년, 대조영이 발해를 건국한지 1300년이 되던 해에
발해항로를 따라 뗏목을 타고 떠난 이들이 있었습니다.
폭풍우에 휘말려 조난으로 끝을 맺었지만
독도영유권분쟁이 또 이는 시점에
그들의 뜻은 더욱 푸르릅니다.
천년이 넘도록 변방의 역사로 치부된 발해사를
우리 역사 속으로 제대로 편입시키기 위한 의지로
블라디보스톡에서 뗏목을 띄웠던 그들이었지요.
우리 역사에 실재했던 영토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를 아우르고,
동해로 일본과 교역했던 뛰어난 해양국가의 역사를 되살리고,
발해인들이 일본을 왕래하면서
울릉도와 독도를 중간 기착지로 삼았다는 사실을 입증함으로써
독도가 고대부터 우리 땅 우리 역사였음을 확인시켜 주고자 했습니다.
해양주권 확보, 해양국가로의 발전을 주장하던 탐사대의 외침이었지요.
그런데 울릉도에 들리려다 폭풍우를 만나 실패하고
해류를 따라 동쪽으로 밀려가면서 독도를 곁에 두고도 지나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오지 못했지요.
이렇게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안타까움으로 온몸이 싸늘해지는 대목입니다.

그들의 죽음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광활한 만주벌판의 꿈을 심어주던
우리들의 영원한 선배 장철수형과 그 동지들을 기리는
발해 1300호 기념사업회가 새로이 힘을 모으고 있지요.
오늘 대표를 맡은 강영욱선사님이 달골에서 묵었습니다.
철수형 살아생전에는 만난 적도 없던 이들이
그의 죽음으로 그의 뜻으로 모여 수년을 교류하고 있답니다.
논두렁 박주훈님도 자리 함께 했습니다.
마침 식구들이 바깥음식(바깥식구들 많으니 이것도 잦네요)을 먹으러 갔네요.
너무 더웠고, 정말 밥 한 끼를 차릴 정신이 없이
모두가 일에 매여 있었지요.
늦어진 공사, 그리고 그만큼 늦어진 계자 준비가
모두를 서두르게 했습니다.
설거지는 아이가 맡아 하고 있었네요.

철수형이랑은 임란 400주년 기념행사를 같이 준비했더랬습니다,
미완이었습니다만.
그때 기획 일을 맡았지요.
말이 기획이지 뭘 알아서 그랬던 건 아니고
자료나 모으고 잡다하게 선배들 뒷바라지를 겨우 하는 거였습니다.
역시 경제적 문제에 부딪혔고
뜻은 좌절되었지요.
8월 1일 부산 동래성에서 출발하여
충주 달천강 귀무덤을 지나 광복절에 임진각에 이르기로 했던 길은
그래서 제게 특별한 길이기도 합니다.
제 어린 날의 한 때의 뜻이 거기 담겨있기 때문이지요.
그때는 잘 몰랐지만
어쩜 그때 ‘뜻을 품는다’는 것도 선배들로부터 배운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아주 작은 집 한 채가 형한테 남았더랬습니다.
후원기업을 찾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뜻을 더한 이들의 십시일반이 있었지만
여전히 모자라는 자금으로 결국 그 집을 팔았지요.
형이 돌아올 곳이 없었던 거다,
자주 그런 생각이 들고는 합니다.
기념사업회가 융숭해져서
떠난 이들의 뜻이 잘 되살려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물론 물꼬도 일을 좀 맡기로 하였다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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