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계자 여는 날, 2008. 7.27.해날. 맑음

조회 수 1411 추천 수 0 2008.08.01 11:02:00

125 계자 여는 날, 2008. 7.27.해날. 맑음


하늘이 말쑥해졌습니다.
고맙습니다,
아이들 들어온다고 그리 맑아주었나 봅니다.

몇 사람은 영동역으로 아이를 맞으러 가고
새끼일꾼들 태우 계원 다옴 지윤 태훈이들은
남아 마지막 청소를 합니다.
가마솥방의 정익샘이 남자해우소를 치워주기도 하셨지요.
소연이는 면사무소로 글집을 복사하러 갔습니다.
간밤에 나왔어야 할 글집인데 복사기가 말썽이었지요.
시골 마을에 산다는 건
여러 곳들이 이렇게 긴밀하여 좋습니다.
아, 이곳에 사는 아이는 서울을 다니러 갔네요.

오늘따라 찾는 이가 많습니다,
종종거리고 다니는 날인데 말입니다.
멀리서 풍수학회 분들이 방문을 하셨고,
마을 할머니들도 찾아오셨습니다.
“오늘 애들이 많이 온대면서?
좀 따서 여러 집 나눴어.”
깻잎을 자루 가득 따다주셨지요.
그런데 그 깻잎을 얻은 다른 할머니가
혼자 못다 먹는다며 주신 할머니 몰래
아이들 멕이라며 또 건네오셨답니다.
늘 어르신들 큰 그늘에서 살아가는 이곳입니다.

점심 무렵 마흔 다섯의 아이들이 왔습니다
(그리고 열일곱의 어른들-새끼일꾼을 더하여-이 함께 합니다.).
이번에는 아이들 데려오는 일을
처음으로 품앗이샘들한테 맡겼습니다.
소희샘, 지금 들어온 아이들처럼
그도 초등학교 때 그렇게 이곳을 왔더랬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 커서 스물세 살 나이가 되었습니다.
품앗이와 새끼일꾼들에게도
좋은 공부의 자리가 되는 영동역이겠습니다.

버스는 단순히 이동수단만은 아니지요.
아이들은 그 공간 안에서 이내 친해져있습니다.
“기현 어필 민석 민규 동준 지성 성배, 그리고 작년 겨울 본 세혁...”
희중샘은 이들을 주요인물로 꼽았지요.
떠들썩했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거칠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복병들이 또 있을 걸요.
늦게 자신을 드러내는 녀석들도 많으니까요.
그래서 무식한 울어머니 그러셨댔습니다,
사람은 새겨봐야(사귀어보아야) 안다고.

언제나처럼 이곳, 그리고 일정에 대한 전체 안내가 있었고,
점심을 먹고 마당으로 쏟아져 나온 아이들은
잠자리도 잡고 메뚜기도 잡고 공도 차고
작은 연못을 돌기도 하고고 개랑도 놉니다.
안에서는 수건돌리기에 피아노도 치고 책방에서 책을 보거나 노닥거리고,
복도를 지나며 서로 웃음을 교환하고...
책방은 서로 친해지기에 참 좋은 곳이라지요.
방에서 희중샘은 인간놀이기구가 되어주고 있었습니다,
저렇게 시작하면 마지막 날까지 견딜 수 있을까 싶을 만치.

큰모임에서 다시 모두가 모입니다.
첫날에는 계속 같이 모이는 시간이 많지요.
전체를 보고 전체분위기를 익히기 위함입니다.
글집표지를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지요.
글집이 아직 엮이지는 않았으나
표지가 먼저 복사되어 도착해있었지요.
아이들의 바램이,
살고 싶은 세상이,
관심 있는 것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거기 담겼습니다.
그리고 더러 이곳의 풍광이 들어있기도 했지요.
아이들이 일어선 자리엔
크레파스며 매직이며 연필이며 색연필들이 늘려있었는데,
소희샘을 도와 한영이가 움직이고 있네요.
아이들의 도움도 늘 큰 이곳이지요.
어필이랑 가람이가 저녁에 남자 애들 씻는 걸 도와주기도 하였습니다.
큰형 노릇을 제법 하였지요.
그런 게 또 배움인 예입니다.

‘산모롱이’.
온 마을을 돌아보며 계곡도 숲도 기웃거려보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날 더우니 아이들 발길이 뻔하지요,
다들 너른 계곡 ‘태평양’에 모였습니다.
‘어린 아이들 배려하는 큰 아이들의 모습이 보기 좋았고, 어린 아이들 슬리퍼가 떠내려가면 누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큰 아이들이 잡아주고 챙겨주고...’(소희샘)
그러는 사이 드디어 글집 복사물이 닿았습니다.
‘열 오른 복사기 앞에서 삐질삐질 땀도 흐르고...... 이렇게 해서 내가 만든 글집을 애들이 끄적끄적 날적이 쓰구 표지에 그림도 그려 넣고...... 너무 뿌듯한 생각이 들었다.’(소연형님)
여러 샘들이 교무실에 모여 묶었지요.
“이렇게 해도 괜찮겠어요.”
아이들이 먼저 그림을 그려놓으니
엮으면서 하나 하나 들여다보는 재미도 크다고들 했지요.
“안돼. 그러면 일이 너무 어수선해.”

저녁 때건지기에서부터 아이들이 설거지를 합니다.
그런데 확실히 와 본 아이들의 수가 적으니
일일이 새로 가르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번 계자는 목을 많이 쓰는 일정이 될 듯합니다.
손말을 배우고
노래 몇 곡 부르고,
그리고 ‘한데모임’에서 이곳에 들어선 느낌들을 나누고
서로 의논하고픈 걸 했습니다.
저녁마다 이렇게 함께 앉을 테지요.

애들이야 늘 웃긴 존재들입니다.
능구렁이가 댓 마리는 거기 들앉아있지요.
아이들의 바다에서 또 얼마나 뒤로 넘어갈지...
민규가 울었습니다.
“나도 일곱 살 때 그랬어.”
윤찬이가 달래주었지요.
그 아이 여덟 살이 되어 왔네요.
“수홍아, 너 왜 이렇게 잘 생겼어?”
희중샘이 던지는 말에 수홍이는
씨익 웃고 지나가더라지요.
내가 그런 소리 좀 듣는다, 이런 표정이었을까요?

아이들 잠자리 머리 맡에서
은영샘과 영준샘이 동화책을 읽어주었습니다.
여름에는 교실에서 남자방 여자방으로 나뉘어 자지요.
처음 걸음 한 두 분은 아이들 속에서 얼마나 잘 지내시는지,
도와주러 온 손이 그 만큼 도움이 되면 최상이지요.
새끼일꾼들에게도 큰 자극이 된다고들 하였답니다.
그런데 정작 두 분 샘(수유리의 한 도시공동체에서 같이 오셨습니다)이
외려 새끼일꾼들에게 감탄하고 계시다데요.
“일도 잘하고, 이런 불편한 곳에 와서 생활하는 것만도 놀라운데...
사람을 이렇게도 키워낼 수 있구나...”

그리고 샘들의 ‘하루재기’.
긴 하루의 끝입니다.
“아침부터 일하랴, 애들 오니까 청소하랴,
애들 오니까 관리하랴 씻기랴...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태우형님이 그랬지요.
종대샘은 반성문(?)을 제출했습니다.
‘샤워장(생태화장실) 공사도 마무리하지 못 하고, 임시로 장판으로 여기저기 붙여놓고 화장실 변기도 다 만들지 못하고 시작한 하루, 새벽 같이 일어나 변기를 만들고 맞이하는 샘들 태우고 영동역으로 장을 보고 들어가려는데 소연이의 종이가 부족해요. 글집을 만들지 못하고 시작하는 계자는 이번이 처음이겠지. 면사무소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글집 복사를 소연이가 하고 화장실 왕겨 샤워커튼, 이것저것들 이불도 준비를 하지 못하며 달골로 곶감집으로... 이 모든 어그러짐이 모두 샤워장 공사 때문이니 물꼬에 미안함만 또 보태는 하루... 이런 게으름이 훌륭하게 지켜져 내려온 물꼬의 전통에 흠집을 내는 것 같아서 면이 서질 않는다.
이런 힘들고 긴 하루도 무탈하게 지나가고 있는 것 같다. 자연에 감사할 따름이다.’
네, 이곳은 정작 사람보다
그 자연이 더 많이 아이들을 채워줄 것입니다.

늘 기적을 만나는 이곳이지요.
몇 해를 요리 하는 손을 놓은 정익샘한테
덜컥 부엌을 맡기고 지치실까 걱정이더니
용케 거제도 김정희엄마가 나타나 손을 더하고
공사마감도 못한 작은 해우소를 아이들이 무사히 쓰게 되고
글집이 너무 늦지 않게 아이들 손에 쥐어지고...
무엇보다 낙천적인 아이들 덕에 유쾌했고,
남은 날도 그렇게 보낼 겝니다.
집에서 쓰는 것과 견줄 때
여전히 아이들에게 결코 쉽지 않을 화장실인데
처음 온 아이들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 하고,
왔던 아이들은 엄청 좋아졌다고 탄복했더라지요.
이 아이들이 지내는 동안
정토와 극락, 천국이 다른 데 있지 않을 테지요.
아, 어떤 날들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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