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16-17.흙-해날. 창대비
참다 참다 터뜨린 대성통곡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어제도 내리고 오늘도 내렸습니다.
계자 끝난 거 하늘이 더 잘 압니다.
올해는 전국교사풍물모임 여름 연수가 대전에서 있었습니다.
해마다 광복절이 있는 주에 하는 연수이지요.
그찮아도 장소가 결정된 뒤
이동철 사부님으로부터 소식 왔더랬습니다.
유대상샘이며 큰 선배들의 연락도 닿았더랬지요.
연수는 못 가도 마지막 밤 대동제는 가지 했는데,
결국 어제 못 가고 말았습니다.
마침 제자 하나 찾아온다 하기
옳다구나 하고 핑계 삼아 대해리에 쏙 파묻혔지요.
이제는 새로운 세대들이 물꼬를 짊어지고 간다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저 역시 많이 움직여야 했던 모양입니다.
오랜 논두렁이 방문키로도 했더랬지요.
김은숙님이 쌍둥이 현빈 성빈이랑 와서
두어 밤 묵어간다셨습니다,
긴 여름 계자로 지쳤음직한 공동체 식구들 쉬게 해준다며
밥이라도 해준다고.
그런데 어째도 손님은 또 손님이라
그냥 식구들끼리 보내자고 다음에 걸음해 주십사 하였는데,
또 다른 손님 찾아 든 게지요.
대전에서 아이, 아니 이제 아이가 아니지요,
이제는 대학생이 된 친구 하나 묵었습니다.
초등 4학년 때 본 게 마지막이던가요,
기억 못할 줄 알았다며 연락 온 게 지난 여름 들머리였습니다.
너무나 뚜렷한 기억에 그도 저도 놀랐지요.
물꼬에서 꼭 한 차례 있었던 어머니들 계자에
그의 어머니 박정인님이 다녀가기도 하셨더랬습니다.
백수진.
대전과학고를 나와 연대 공학부 초년생으로 조기 진학을 해 있었지요.
카이스트로 가는 건 생각 안 해봤느냐 물었더니
폭 넓은 공부를 하고 싶었다 합니다.
한 아이가 자라고 그 자람이 반듯하면
그를 안다는 것으로 이미 뿌듯합니다.
마음 참 좋았습니다.
밤새 도란거렸지요.
류옥하다 선수도 새로운 형아 하나의 등장에
또 신이 났더랬습니다.
비 내리는 오전 한 때는
모여 앉아 아이들이 던져놓고 간 망가진 재료들을
다시 쓸 수 있도록 해체하고 정리했지요.
“여자 친구는 없어?”
“돈도 여자도 좇아가면 달아나는데,
‘가치(가치로운 일)’를 향해 가면 다 따라오는 것 같애요.”
허허, 이 아이는 그 비밀을 어찌 이리 일찍 알았을까요...
이 시대에도 이런 젊은이들(‘가치’를 향해 나아가겠다는)이 많다는 일은
사는 일에 참 희망이 됩니다.
제가 이러한데 그의 어머니는 얼마나 듬직할 것이며,
다음 세상에 먼저 가 계신 아버지는
또 멀리서 얼마나 가슴 느꺼우실지요.
그가 있어 고맙습니다.
주말에 내려와 있던 기락샘도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수진이도 다음을 기약하며 버스에 오르고
그리고, 계자 끝내고 고향집을 다니러간 종대샘이 들어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