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20.물날. 갬

조회 수 1279 추천 수 0 2008.09.13 23:53:00

2008. 8.20.물날. 갬


짐승들 밥을 챙깁니다.
소사아저씨가 부산 나들이 가셨지요.
계자 끝내놓고 식구들이 먼길들 다녀오고 있네요.
장순이랑 쫄랑이는 오래된 식구들입니다.
2004년 상설학교 문을 열던 무렵부터 따지더라도
떡볶이 오뎅 흰빛 번개 까미들까지 일곱이나 되던 개들 가운데
여직 여기 사는 녀석들이지요.
쫄랑이는 새끼를 낳기도 했었고
장순이는 호시절을 그냥 지났습니다.
낯선 아이들 가운데서도
놀러오는 아이들과 계자를 오는 아이를 구별해내어
짖는 태도가 다른 영특한 녀석입니다.
그는 제 고등학교 은사님의 시어르신이
2003년 족보와 함께 예까지 실어다주신 진돗개 둘 가운데 하나입니다.
20년도 더 된 인연의 끈이 가져왔던 선물이지요.
널찍한 마당이 그로 덜 휑뎅하였고
큰 대문을 그가 지켜주어 왔습니다.
사택 간장집의 외소함도 그가 키워주기도 하였지요.
그가 있어 남겨진 밥이며 남은 찌개에도 하늘에 덜 미안할 수 있었고
식구들이 다 나들이를 나갈 때도 든든했습니다.
고등어를 다듬고 남긴 것들을 삶아냅니다.
장순이와 쫄랑이, 그들을 위해 차리는 아침 밥상이었습니다.
문득, 계자를 진행한 일꾼들 가운데 그네도 있었구나 싶데요.
아이들의 눈과 발이 그 앞에 내내 머물렀지요.
아이들의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닭장도 들여다봅니다.
계자 기간에는 마치 저들끼리 살았던 듯합니다.
물그릇 물이끼가 껴있기도 하였고,
구석구석 사람 손이 가지 못했음을 드러냈지요.
정리도 하고 달걀도 꺼내고
닭장으로 내려서는 길에 풀도 좀 걷습니다.
평상시 식구들의 아침상에 오르는
달걀찜, 수란, 달걀후라이, 달걀말이가 그들로부터 온 것이지요.

가까이 살면 일상에 묻혀
그만 존재조차 잊으며 살게 되는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화들짝, 퍼더덕, 그렇게 몸을 떨 일입니다.
둘러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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