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조회 수 4332 추천 수 0 2003.11.04 23:01:00
사람들이 자주 물어옵니다.
문화생활로부터 너무 멀어서 건조하지 않냐구요.
무엇보다 서울로부터 멀어져서 그게 젤 아쉽지 않냐구요.
음...

또는 너무 단조롭지 않냐구요.
단조롭고 싶어 이리 사는데
정작 나날이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지 못하게 하는 대해리네요.

문화생활요?
여기여서,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없지는 않습니다요.
지난 8월 26일에는 무주반딧불축제에 갔댔지요.
가도가도 고자리라는 고자리를 지나 도마령 800고지를 넘어
저 아래 구름이 걸렸데요,
길은 정말 구절양장에...
아, 그 너머 산 끝에 무주가 있더라니까요.
대장장이 아저씨 만나서 언제 학교에도 오십사하고
산싸리 인동초로 바구니 짜는 아줌마들한테선
밥 얻어먹고 엮는 법도 배울 사나흘짜리 배움허락도 받아두었지요.

8월 28일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으로 열린
김천국제예술퍼포먼스페스티벌에도 다녀왔습니다.
한밤에 얼마나 신명들이 났던지...

같은 달 30일에는 자계예술촌에서 하는 연극도 보러갔지요.
연극이 끝난 뒤, 밥도 먹고 곡주도 받고.
보일러공사 끝내놓고 간다고
먼지로 덮힌 옷을 털고 세수하고들 서둘러 나섰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 기분을 어떻게 묘사해야 아실지,
일과 예술이 함께 하는 날을 오래 꿈꾸었고
이제 그렇게 살게 된 자들의 기쁨을...

9월 24일에는 직지사에서 한 산사음악회를 다녀왔지요.
산속에서 보낸 밤인데도
쌀쌀할 수 없었던 가을밤이었습니다.
김광석의 키타반주에 너나없이 넋을 잃더이다.
장사익샘도 뵙고 왔구요.

9월 26일은 영동 국악당에서 마당극 배비장전이 있었습니다.
마당극을 무대에서 하는 한계에다가
소란한 관객들이 걸리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푸지게 즐기다 왔지요.

그래요,
그러저러 삽니다.
건조하지 않게요.

그런데,
정작 더한 풍성함은
바로 대해리를 둘러친 하늘과 산과 들과 길들이 주는 것입니다.
여기, 온통 촉촉해요.
건조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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