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건조하지 않느냐길래

조회 수 4355 추천 수 0 2003.11.04 23:01:00
사람들이 자주 물어옵니다.
문화생활로부터 너무 멀어서 건조하지 않냐구요.
무엇보다 서울로부터 멀어져서 그게 젤 아쉽지 않냐구요.
음...

또는 너무 단조롭지 않냐구요.
단조롭고 싶어 이리 사는데
정작 나날이 벌어지는 일들이 그렇지 못하게 하는 대해리네요.

문화생활요?
여기여서, 여기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도 그리 없지는 않습니다요.
지난 8월 26일에는 무주반딧불축제에 갔댔지요.
가도가도 고자리라는 고자리를 지나 도마령 800고지를 넘어
저 아래 구름이 걸렸데요,
길은 정말 구절양장에...
아, 그 너머 산 끝에 무주가 있더라니까요.
대장장이 아저씨 만나서 언제 학교에도 오십사하고
산싸리 인동초로 바구니 짜는 아줌마들한테선
밥 얻어먹고 엮는 법도 배울 사나흘짜리 배움허락도 받아두었지요.

8월 28일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기념으로 열린
김천국제예술퍼포먼스페스티벌에도 다녀왔습니다.
한밤에 얼마나 신명들이 났던지...

같은 달 30일에는 자계예술촌에서 하는 연극도 보러갔지요.
연극이 끝난 뒤, 밥도 먹고 곡주도 받고.
보일러공사 끝내놓고 간다고
먼지로 덮힌 옷을 털고 세수하고들 서둘러 나섰습니다.
잘 모르겠어요,
그 기분을 어떻게 묘사해야 아실지,
일과 예술이 함께 하는 날을 오래 꿈꾸었고
이제 그렇게 살게 된 자들의 기쁨을...

9월 24일에는 직지사에서 한 산사음악회를 다녀왔지요.
산속에서 보낸 밤인데도
쌀쌀할 수 없었던 가을밤이었습니다.
김광석의 키타반주에 너나없이 넋을 잃더이다.
장사익샘도 뵙고 왔구요.

9월 26일은 영동 국악당에서 마당극 배비장전이 있었습니다.
마당극을 무대에서 하는 한계에다가
소란한 관객들이 걸리지 않은 건 아니었으나
그래도 푸지게 즐기다 왔지요.

그래요,
그러저러 삽니다.
건조하지 않게요.

그런데,
정작 더한 풍성함은
바로 대해리를 둘러친 하늘과 산과 들과 길들이 주는 것입니다.
여기, 온통 촉촉해요.
건조하다니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482 일본에서 온 유선샘, 2월 23-28일 옥영경 2004-02-24 1955
6481 2007.11.10.흙날. 썩 맑지는 않지만 / 지서한훤(只敍寒暄) 옥영경 2007-11-19 1954
6480 39 계자 나흘째 1월 29일 옥영경 2004-01-31 1954
6479 2005.12.19.달날.맑음 / 우아한 곰 세 마리? 옥영경 2005-12-20 1953
6478 10월 13일 물날 맑음, 먼저 가 있을 게 옥영경 2004-10-14 1953
6477 39 계자 아흐레째 2월 3일 옥영경 2004-02-04 1952
6476 2014. 7. 6.해날. 낮은 하늘 / 이니스프리로 옥영경 2014-07-16 1950
6475 2011. 1.22-23.흙-해날. 맑음, 그 끝 눈 / ‘발해 1300호’ 13주기 추모제 옥영경 2011-02-02 1948
6474 <대해리의 봄날> 여는 날, 2008. 5.11.해날. 맑으나 기온 낮고 바람 심함 옥영경 2008-05-23 1945
6473 2008. 5.4-5. 해-달날. 비 간 뒤 맑음 / 서초 FC MB 봄나들이 옥영경 2008-05-16 1945
6472 5월 25일 불날, 복분자 옥영경 2004-05-26 1943
6471 39 계자 엿새째 1월 31일 옥영경 2004-02-01 1941
6470 2005. 10.23.해날.맑음 / 퓨전음악 옥영경 2005-10-24 1938
6469 불쑥 찾아온 두 가정 2월 19일 옥영경 2004-02-20 1937
6468 12월 13일 달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36
6467 125 계자 이튿날, 2008. 7.28.달날. 빗방울 아주 잠깐 지나다 옥영경 2008-08-03 1929
6466 6월 7일, 성학이의 늦은 생일잔치 옥영경 2004-06-11 1927
6465 12월 14일 불날 맑음 옥영경 2004-12-17 1925
6464 2008. 3.14.쇠날. 갬 / 백두대간 6구간 가운데 '빼재~삼봉산' file 옥영경 2008-03-30 1922
6463 12월 12일 해날 찬 바람, 뿌연 하늘 옥영경 2004-12-17 191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