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21.나무날. 종일 비

조회 수 1278 추천 수 0 2008.09.13 23:54:00

2008. 8.21.나무날. 종일 비무날. 종일 비


서울 다녀왔습니다, 오전에 나갔다가 늦은 밤.
한 해 한 차례는 교육연수를 다녀오면 좋겠다 늘 생각하지요.
단 하루일지라도 다른 공간에서 다른 이들과 만나며 받는 자극들이
산골에서 혹 고여 있기 쉬운 우리를 잘 또 바라볼 수 있게 하지 않겠는지요.
하지만 갈 짬이 나긴 나려나 머뭇거리는 속에
그만 여름 계자 끝나도록 결정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학교 메일로 오는 비영리단체를 위한 교육안내들 가운데
하나 눈에 든 게 있었지요,
사실 날짜가 젤 마음에 들었지만.
겨우 2시간을 위해 거기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구나 싶었지만
또 뭘 기대할 수 있을까 회의적이기도 했지만,
하지도 않은 일을 미리 너무 단정할 것은 아니겠다 싶데요.
더구나 ‘갈등’을 다루는 주제가 참 좋았습니다.
꼭 무슨 조직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는 일이 늘 갈등 안에 놓이게 되니까요.
서로 얽혀있고 화가 나고
잘잘못을 따지고 일에 문제를 일으켜 손해를 보게 하는 ‘갈등’이란 걸
힘과 권력으로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 건설적인 것으로 전환시키며 해결할까,
그런 지혜를 나누는 거라 하니
퍽 쓸모 있는 연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는 게 많다는 게 꼭 잘 전달한다는 뜻은 아니지요.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게 다른 문제란 걸 우린 잘 압니다.
무슨 짱짱한 이력이
꼭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정말, 꼭, 대변하는 것도 아니지요.
학문적으로 어떤 업적이 될지는 모르지만
삶의 영역은 때로 전혀 이질적인 어떤 것이기도 하지 않던가요.
아쉬움이 많은 연수였습니다.
어차피 개론을 찾아 온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인데
애초 2시간에 그 주제를 다루겠다는 발상에 문제가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그러나, 분명 또 긍정성이 있었지요.
물론 강의 내용이란 게 이미 다 아는 얘기들이었지요.
하지만 몰라서 우리가 못하나요?
새롭게 다시 보고, 알았으되 한편 모르는 걸 발견하는 게 또 연수 아니던가요.
갈등의 문제를 개인성향적문제로 보아서는 안 된다(결국 구조의 문제로),
결국 자신의 내부의 갈등,
그러니까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아는 게 갈등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90%는 해결된 거다,
“너는 불공정한 사람이야.”가 아니라
“네가 한 그 문제가 불공정했어.”라고 분명히 해야 한다,
새로운 것인지 이전의 상처인지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나와 다름도 단체를 위해 필요하다는 교육이 돼야 한다, ...
맞아요, 어디 모르는 얘기인가요.
내가 잠시 짬을 내 이 주제를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는구나,
그러니까 귀한 시간이 됩디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커서 그랬던지,
아니면 주제가 잘 흡수되지 못해서 그랬던지
것도 아니면 강사가 너무 욕심이 많아 주제를 잘 다루지 못했던지
적잖이 실망스런 빛들이 있었고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는 이들도 있었지요.
뭐 그거야 시간 사정이 그럴 수도 있었겠다 아주 이해 못할 것도 아니었지만
날마다 듣는 수업도 아니고 특정 주제로 어렵게들 낸 시간일 텐데,
그런데 같이 앉아있던 사람들이 강의 중간에도 휴대폰을 받고 있는가 하면
(그럴 때의 낮은 목소리는 얼마나 크게 들리는지요),
듣는 자가 갖춰야할 최소한의 예의가 되어있지 않아 그게 더 걸렸습니다.
큰 강의실의 맨 가운데 줄에 나란히 앉은,
같은 종교단체에서 왔음직하게 보였던 세 사람의,
나이도 적지 않은 두 분과 좀은 젊었던 친구가,
가서 뒤통수 한 대 때려주고 싶을 만치 거슬렸습니다.
하기야 것도 자기 몫일 테지요...

밖에서 경복궁을 들린 기락샘과 류옥하다를 만나
기락샘 지내는 오피스텔에 들러 밥 한 끼 해먹고
아이랑 다시 기차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아이랑 타고 오는 밤기차는 참 좋았습니다.
엄마 곤하다고 자기는 의자 앞에 내려앉아 책을 보고
두 의자에 옆으로 앉아 다리를 쭈욱 뻗고 자게 해주었습니다.
배려 받는 일은 기분 좋지요.
스스로를 더욱 귀하게 합니다.
내가 대접받기를 바라는 대로 타인에게도 그러라던가요.
배려가 그 대표적 예이겠습니다.
아이로부터 배웁니다.
마음을 내는 법, 참는 법, 배려하는 법.
아이 덕분에 곤하기가 준(줄어든)서울행이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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