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8.23.흙날. 흐림

조회 수 1111 추천 수 0 2008.09.13 23:55:00

2008. 8.23.흙날. 흐림


웬 군용차가 들어섰습니다.
또 어쩌다 지나면서 들린 사람이겠지요.
아이가 좇아나가거나 소사아저씨가 나가볼 것입니다.
그런데 교무실 바깥문에 사람이 불쑥 나타났습니다.
지난번에도 왔다 헛걸음하고 갔다 합니다.
가까이에 부대가 몇 있는데,
그 가운데 한 곳에서 오셨지요.
퇴역 뒤의 날들을 여러 가지로 고민해보고 있다셨습니다.
어느 날 물꼬가 나온 텔레비전을 보며
나중에 자연학교 같은 걸 해보면 어떨까도 생각하셨다지요.
마침 그 전에도
폐교를 임대해서 자연학습장 같은 걸 운영하신 분들을 알고 지냈다 합니다.
해줄 얘기가 뭐 있겠어요,
이미 출발점이 다르면 접근법도 아주 다를 것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나 좀 하다
부하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떠나셨지요.
어쨌든 지역 안에 있는 곳이니
서로 알면 이래저래 또 오갈 일들이 생길 테지요.
아, 1998년 즈음이던가,
그곳으로부터 대민지원을 받았던 역사(?)에 대해서도 들려드리니
가깝기 더하신가 보더이다.

영화 한 편 봅니다..
리차드 쉔크만의 .
1만 4천년을 살았다는 남자의 말을 믿어야할까요?
상상이 발칙합니다.
영화의 무대라곤 작은 오두막이 전부입니다.
돈 안들인(그러나, 싸구려 아닙니다) SF 혹은 환타지로 분류할 수 있으려나요.
움직임이 많지 않은 영화입니다.
딱 제 취향이네요.
그 세월이 인류사이니 지구에서 일어났던 큰 사건이며
큰 지도자였던 부처와 예수에 대한 얘기도 언급됩니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를 그리고 맘모스를 사냥하고
주술사였기도 하다가
중세의 한 사건을 피해 인도를 가고 거기서 부처를 만나고
그 사상을 전하러 로마로 갔다가 예수가 되고
콜롬부스랑 항해를 할 뻔도 했다던가요...
영화는 회상을 도와주는 어떤 장면도 담아내지 않습니다.
오직 ‘말’하지요, 물론 여전히 같은 오두막에서.
그런데도 이 시대 최고의 지적대가들,
그러니까 인류학자 고고학자 역사학자 신학자 생물학자 정신분석학자들도
반박할 수 없는 무언가가 거기 있습니다.
그건 단지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누적된 지식이란 건 언제나 과거이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그가 크로마뇽인이 맞았단 말인가요?
어쨌든 이야기의 힘은 대단합니다.
오직 거기에 기대고 영화는 나아갑니다.
그리고 궁금해집니다, 누가 이런 글을 썼단 말인가 하고.
TV시리즈 ”환상특급”의 시나리오 작가이자 SF 소설가인
제롬 빅스비가 무려 30년에 걸쳐 만든 시나리오라던가요.
영화가 끝나고 한 장면 장면을 되짚어보노라면
주인공이 틀어주던 베토벤 교향곡 7번 ‘봄’ 가운데 2악장이 내내 맴돕니다.
영화에선 누가 ‘멘델스존이 낫지 않겠냐’ 비아냥거리기도 했더랬지요
(멘델스존은 이 곡에서 악상을 얻어
현악 4중주 2번 2악장을 만들었다 했으니까).
찾아서 그거나 들으러 가야겠습니다.
아, 극장에 걸리기 어려운 영화겠지요,
이 땅에서 기독교를 누가 함부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요,
또, 팔리지도 않아 수입업자가 없을 듯...

생태공동체에 관심 있는 이의 전화입니다.
반갑잖습니다.
괴산에 귀농해서 혼자 농사짓는 여자분이십니다.
거기 나름 인프라도 잘 구축되어있는데
굳이 여길 왜 또 들여다보나 싶습니다.
그리 찾아다니는 사람들 너무 많이 봐서,
그것도 너무도 똑같은 사람들이어서,
이제 좀 안 만나고 싶습니다.
그냥 어데고 뿌리 내리고 그리 살아보면 아니 될지요.
그런데 끊임없이 찾아 헤맨단 말입니다.
하기야 고백하면, 전 게을러서 그리 못합니다.
좋게 말하면 우직함이 되려나요, 하하.
아하, 그렇다면 그는 바지런한 게 되는 건가요.
언제 오시라고는 했습니다.
우리 겨우 명줄이나 이어가고 있다고 말하지만
귀에 안 들릴 겁니다, 오는 것에만 집중해서.
그래, 다녀가십시오.
같이 꼭 아니 살아도 좋은 이웃으로 오갈 수도 있지 않겠는지요.

참, 소사아저씨 부산에서 돌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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