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흔번 째 계자를 돌아보며

조회 수 1298 추천 수 0 2010.08.24 11:55:00
2010.08.백 마흔 번째 물꼬를 경험하면서.

<물꼬에 왜 갔지?>
이번 2010년 여름방학은 지금까지 있었던 여름방학과는 다르게 저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토익학원이나 다니면서 취업에 대한 준비를 또 미리준비했던 1.2학년때의 여름방학은 굉장히 덥고 지치고 지루했었지요. 그래서 이번에는 새로운 결심을 했습니다. '나의 젊은 날을 이렇게 보내버릴 순 없다!' 라는 생각과 서현, 찬일샘의 권유로 무턱대고 학교에서 진행하는 환경현장활동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환경현장활동은 농활처럼 관련된 사안이 있는 지역에가서 그 곳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기도하고 일도 도와드리는 활동을 하지만 특별히 환경과 관련된 사안을 가지고 간다는 점, 생태적인 생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환활만의 특징을 지닙니다. 저희는 지리산댐 건설을 반대하기 위해 함양군에 가게 되었는데요. 17명 가량의 학생들은 그 곳에서 9박10일동안 생활하면서 우리가 꿈꾸는 대안공동체 생활을 꾸리게 됩니다. 환할에서는 우리가 생각해낸 생활내규, 여성주의 내규에 따라 진행되어 소수의 억압을 지양하고 누구나 평등하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서로 배려한다는 점에서 저에게 굉장히 새로운 충격이었습니다.항상 효율을 위해 소수의 의사는 무시되고, 수직적으로 내려오는 것들에 순응하기만 했던 사회에서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거든요.그렇게 환활에 다녀와서 다시 내가 살 던 그 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사회가 굉장히 불편하게 다가왔고 다시금 공동체 생활을 꿈꾸며 향수에 빠져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먼저 물꼬를 다녀간 서현, 찬일샘의 제안으로 또다른 공동체 생활인 물꼬에 참여하게 된거지요.


<물꼬에서 뭘 했지?>
그렇게 물꼬로 혼자 떠났습니다. 지난 가을에 잠깐 뵌 옥샘을 제외하고는 아는 사람이 없는 공간에 간다는 것이 조금 걱정되기는 했으나 새로운 공동체 생활에 대한 기대가 더 커서 가는 내내 흥분되어있었습니다. 영동역에서 대해리로 가는 버스에는 마침 형곤,왕훈 새끼일꾼이 타고 있어서 졸졸 따라가서 물꼬를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저를 처음 맞아준 것은 어린 하경이었습니다. 반갑게 인사를 했더니 여기 왜 왔냐고 묻더군요. "일 하러 왔지"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러니까 또 "왜?" 라고 물었는데 그 때 당시에는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물꼬가 무엇을 하는곳인지, 어떤 곳인지, 내가 거기에서 무엇을 해야할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계자 때 하경이가 나에게 또 "왜?"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해주기 위해서 물꼬에서의 생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서 먼저 물꼬를 경험한 희중,진홍 샘과 새끼 일꾼들이 하는 것을 보면서 무작정 따라했습니다. 걸레가 필요한데 걸레가 어디에 있는지, 이건 어디다 두어야 하는지 헤매고 있으면 진주랑 세아가 와서 친절히 알려주어 무사히 아이들 맞이할 준비를 마쳤습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가고 마침내 희중샘과 저는 아이들을 맞으러 영동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처음이라 잔뜩 긴장한 저와는 다르게 물꼬에 몇 번 와본 아이들은 굉장히 신나보였고 또 저와 같이 잔뜩 긴장한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과는 다르게 대다수의 부모님들은 아이들을 잘 부탁한다고 말씀하시면서 걱정하시는 눈치였습니다. 그 때 저의 책임이 막중함을 느끼면서 아이들과 함께 열심히 배워가겠노라고 마음을 다지기도 했죠. 그렇게 영동역에서 대해리로 향하는 버스안에서 아이들과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낯가림도 없이 적극적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또 저에 대해서 묻는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앞으로의 생활이 정말 즐거울 것임을 직감적으로 느꼈습니다.

그 예감대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5박 6일 내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아침 7시 경에 일어나 해건지기를 하고 아이들을 깨워 이블을 개고 신나게 떠들며 때건지기(밥 먹기)를 하고 같이 의자를 그리는 손풀기도 하고 쉬는시간에는 '공기 놀이해요!', '수건 돌리기해요!' 라고 외치는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신나게 놀고 ,계곡에서 물놀이도하고, 열린 교실 때 생리주기를 알려주며 팔찌도 만들어보고, 보글보글 시간에 음식도 만들고 태우기도 하며, 청소도 틈틈이 하고 집을 그리워 하는 아이들을 달래주면서 분명 객관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힘들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든 적이 없을 정도 였으니까요. 아이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걸레로 닦으면서도 그 소변 냄새가 향기롭고, 도시에서는 만지지도 못했던 곤충들을 맨손으로 팍팍 치우면서도 괴롭다는 생각이 안 들었습니다. 산에 올라갈 때도 전날에 비가 와 험난해진 길을 걸으면서도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내 양 손을 잡고 있는 아이들이 더 잘 올라갈 수록 힘을 북돋아줘야 겠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결국 평소에 산을 잘 안다니던 저만 내려오는 길에 힘이 풀려 넘어졌지만~)

이렇게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하고 있음에도 안 힘들었던것과 같이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마음이 풍족했습니다. 물론 아이들 덕분에도 그렇지만 또래의 품앗이 샘이 많이 없어서 외로울 수도 있던 저를 챙겨준 새끼일꾼 덕분이었지요. 나이로 치면 터울이 커서 어려울수도 있는데도 불구하고 따뜻한 한마디, 귀여운 장난들을 치며 챙겨준 새끼일꾼 덕에 옥쌤이 걱정하셨다던 '외로움'을 느끼지를 못했습니다. 또 청소할 때 놓여져 있는 전기줄을 들어서 구석구석 빗자루질 하는 새끼 일꾼들을 보며 '아! 내가 정말 대단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굉장히 흡족해 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꼬에 왜 또 가고 가고 싶은거야?>
육체적, 정신적 힘듦이 없이 충만한 배움이 가득했던 물꼬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제천에서의 여행을 끝낸 뒤 고향에 돌아왔을 때 입니다. 청소기를 돌리며, 설거지를 하며.. 무슨 행동을 할 때마다 생각나는 물꼬에서의 배움, 아이들의 얼굴들이 가득해서 그 때마다 어머니께 이야기를 드렸더니 이제는 그만 좀 하라고 하실 정도로 저는 물꼬에서의 기억에 빠져 살고있습니다. 분명히 물꼬에서는 특별한 무엇을 하는게 아닌데 왜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요? (류옥)하다가 마지막날 이렇게 말했습니다. 물꼬에서는 그저 일상의 것들을 하고 있을 뿐인데 이렇게 매년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그 때 저는 속으로 대답했습니다. 그저 일상의 것, 인간으로서 해야할 기본적인 '살기' 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되지 않기 때문에 그곳에서 인간으로서 온전히 살고자 가는 것이라고. 그리고 물꼬의 '살기'가 사회로 점점 퍼져나가면 그곳에 살고 있는 바로 나 자신이 좋기 때문에 가는 것이라고. 이러한 이유때문에 저에게 배움을 주고 좋은 사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물꼬에게 작지만 필요한 힘이 되기 위해 저는 또 품앗이 하러 갈 준비를합니다.

진주

2010.08.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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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쌤 보고싶어여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ㅠ
제가 문자가 없어서 답장못했어요 ㅠ ..,

백진주

2010.08.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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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서 답장을 못했구나- 나는 번호를 잘못 알고있나 했지 ㅋㅋ 팔찌는 잘하고 있니? 호호호

희중

2010.08.2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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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동안 고생 많았꼬 ^-^
물꼬와 처음 접하는데
너무 잘 움직여줘서 고마웠어 ^^

김정연

2010.08.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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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보고싶어요.
집에서 엄마한테 샘 얘기 많이 해요.
공부도 열심히 할거얘요.
백진주샘! 홧팅^^

백진주

2010.08.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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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왓! 정연이다!!! 보고싶다 ㅠ 눈 붓기는 잘 가라앉았니? 문자로도 연락하자- 부모님께 안부전해드리구~

류옥하다

2010.08.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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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보고파요~~

백진주

2010.08.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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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하다!!

김정연

2010.09.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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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눈은괜찮아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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