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1.달날. 저녁, 그예 비

조회 수 1303 추천 수 0 2008.09.21 21:43:00

2008. 9. 1.달날. 저녁, 그예 비


여름에 다녀간 품앗이 서현샘으로부터 메일이 왔습니다.
처음 물꼬랑 인연을 맺은 친구이지요.

“... 제가 쌤들 뒷풀이 때 했던 말 기억나시나요? ‘사람들’ 말예요. 정말 모두 다 ‘아,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있구나!’ 할 만큼 좋은 사람들이었어요.
... 함께 하는 동안 쌤들의 모든 것이 감명 깊었어요, 저에게. 다재다능하심은 물론이고 매순간을 삶의 기쁨에 충만하여 사는 모습이, 그러면서도 항상 감사하고,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받은 것만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00학교의 한 반(* 지난 학기에 자원봉사를 간 학교)은 (한 학년에 한 반이지만) 20명 내외인데, 물꼬의 계자는 그들보다 훨씬 어린 아이들 40명이잖아요. 정말 쉽지 않을 텐데, 거뜬하게 해치우시는 모습을 보면서 선생님들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아주 사적일 수 있는 부분은 빼고 옮김)

사람들... 그 좋은 사람들에 서현샘 역시 들어있었던 거지요.
계자 진행의 핵심은 바로 그거라는 생각 듭니다.
함께 모인 좋은 사람들이 꾸려간다는 거요.
계속 만나고 싶다는 서현샘의 바램처럼 너나없이 그러할 것입니다.


여름과 겨울 계자 뒤엔 밖으로 나갈 일을 몰아서 합니다.
그런데 이번 여름 일정 뒤엔 짬을 못 냈네요.
치과 한 번 가자던 일도 미루게 되었지요.
오늘은 식구들 우르르 대전 나갔습니다.
지난 4월 학교잔치에 와서 연을 맺은 분이 계시지요.
병원비야 어데고 큰 차이가 없겠지만
신뢰할 수 있는 분을 만나는 게 어디 쉬울라구요.
꼼꼼히 검진과 치료를 잘 받았습니다.
산골살림을 헤아린 병원비도 비싸지 않았답니다.
고맙습니다.

희중샘을 우연히 만났습니다.
아이구, 반갑데요.
한 학기를 더 휴학하고 내년 봄부터 학교를 다닌답니다.
겨울에도 오마 하데요.
고마운 인연입니다.
알찬 날들로 학교를 안 가는 시간 시간이 채워지길 바랍니다.

서울까지 강연을 가는 건 아무래도 마음 내기가 쉽잖습니다.
지난 번에 들어온 한 살림의 강연요청 말입니다.
찾으려들면 가까이에도 적당한 강사자가 있지 않을지요.
마침 여름 계자에 다녀간 아름다운마을학교 샘들이 생각났습니다.
김은영샘, 신은영샘.
지난 여름 당신들로부터 배운 게 많았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배울 게 많은 분들이셨지요.
가까이에 좋은 분들 놔두고 이 먼 데서 갈 건 아니겠다 하며
듣고자 하는 거랑 들려줄 수 있는 게 잘 맞았음 좋겠다 전했습니다.

그날 제자들이랑 보기로 했는데,
가지 않게 되면 그게 좀 아쉽긴 합니다만.
얼마 전 한날 밤, 사내 녀석들이 모여 전화를 해왔더랬지요.
스물예닐곱 된 놈들입니다.
솔개모둠이라고 서울 방이동에서 같이 몇 해 공부했던 녀석들이지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해마다 2월이면 한 해를 어찌 살았나 돌아보며 대성리에 모이기도 했더랬습니다.
한 녀석이 제대를 했고
(내일이면 배치 받은 학교에 가서 인계인수를 받는다했던가요.
그가 교사가 되었습니다.
이미 교사가 되어 있는 녀석도 있고,
지금 임용을 준비하고 있는 녀석도 있지요.),그래서 모두가 모인 김에 한 전화라지요.
‘초등 고학년에 샘을 만나 하게 된 진보적인 생각들이
지금의 자신들을 만들었다‘며,
돌아가며 주욱 반가움과 고마움들을 전해왔더랬습니다.
“가을에 올 거라면서 뭘 보냐?”
“그때도 뵙고 내려가서 또 뵈면 좋죠.”
“저희들이 샘의 서울 밤을 책임지겠습니다.”
저들이 맛난 것 밤새 멕여 준다 그랬는데,
가을에 저들 와서야 보겠습니다.
참 그리운 얼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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