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3.물날. 맑음

조회 수 1162 추천 수 0 2008.09.21 21:44:00

2008. 9. 3.물날. 맑음


버섯이 나오는 때입니다.
7월부터 달마다 한 차례 며칠을 따고 있지요.
날이 먼저 차지는 산골이라
이제 올해는 한 번 정도나 더 따먹으려나요.
오전에는 버섯을 썹니다.
통으로 볕에 말리는 일은 더는 안 되겠다 한 거지요.
분명 태양건조 상품이 있기도 한데
우리는 지난해부터 해봤던 실험을 결국 놓게 된 겁니다.
통으로 말리면 버섯에 기생하는 까만 벌레를
도저히 몰아낼 수가 없었지요.
그게 남아 야금야금 안을 갉아먹어
말린 버섯은 허깨비처럼 아주 가볍게 되어
손대면 폭삭 내려앉았습니다.
서정주의 ‘신부’에 나오는 신부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썰어 말리기로 합니다.
불려 쓰기에도 수월하지요.
그리하여 식구들이 부엌에 앉아 버섯을 썰었답니다.

오후에 아이랑 읍내를 나갑니다.
이번학기, 아이는 이틀을 세상에 나가 보내려지요.
예술학원 두어 곳을 찾아갔습니다.
이미 잘 알고 있는 분들이시지요.
뿌리내리고 사니 지역 안에서 이런저런 연들이 많네요.
그래서 아이가 가기도 편해합니다.
꼭 뭘 배우려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잘 이해하고 계시지요.
“한 번 다녀볼게요.”
한 달만 다녀보기로 합니다.
아이들을 만나고 사람들을 만나는 장이 될 것입니다.
도서관도 좋은 몫을 할 거지요.
불날과 나무날 도서관에서 하는 서예와 문인화도 할 것이니,
그러면 학교에서 해왔던 국화(한국화)는 이번 학기 쉬어도 되겠습니다.

계자 끝나고 간간이 아이들 집에 전화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면 온 전화를 받고 있지요.
일삼아 내내 하고 있지는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짬을 내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참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입니다.
물꼬에 아이를 보내는 경우
꼭 아이 이야기보다 삶에 대한 고뇌들을 나누게 됩니다.
오늘은 진주에서 온 전화를 받습니다.
아이를 몇 해 같이 키워오는 동안 몇 차례나 왔던 걸음
(이곳에 사는 아이도 거기 사는 아이도),
한 시절을 같이 살아가는 그이가 좋습니다.
멀리이나 좋은 벗이 있어 참 좋습니다.
밤에는 한 아이 아버지의 전화를 받습니다.
마침 전화를 했어야 하는 가정이었지요.
이곳에서 지낸 아이의 얘기를 들려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고마운 연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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