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4.나무날. 맑음

조회 수 1090 추천 수 0 2008.09.21 21:45:00

2008. 9. 4.나무날. 맑음


나무날은 도시락을 싸서 밖에 나갑니다.
물론 식구들은 대해리를 지키지요.
오전을 아이는 아이대로 저는 저대로 보낸 뒤
점심에 도서관에서 만납니다.
도서관 마당엔 가운데 작은 동산 소나무 아래
넓적바위 하나 있지요.
거기가 우리 점심 식탁입니다.
도서관 관장님도 나오셔서
다른 바위에 걸터앉아 사는 얘기를 들려주셨지요.
관장실에 들려 몇 가지 책 이야기도 더 나누었습니다.
지역 안에 이런 도서관이 있는 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요.

늦은 밤 손님들이 왔습니다.
승아네이지요.
서울에서 몇 해를 가르쳤고, 그리고 간간이 소식이 왔더랬습니다.
오늘은 어머니가 함께 오셨지요.
동생 승욱이가 스물 셋이 되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룹홈에 들어갔으니
꼬박 20년을 장애아를 바라보며 살았던 어머니이십니다.
아이를 보내놓고 집을 고쳐 1층에 찻집을 냈다셨지요.
그리고 이렇게 짬을 낼 수 있게 되셨답니다.
특수교육을 전공한 아이는
훌륭한 특수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밤길 골짝에서 길을 헤매
자정이 가까워서야 들어섰네요.
그제야 밥 먹고 긴 얘기가 시작됩니다.
요새 하고 있는 특수교육공부와
장애인 관련 일들을 준비하고 있는 얘기를 들려드립니다.
들을 얘기가 많았고, 앞으로는 더 많을 테지요.
당신의 경험들, 인연들...
또 힘이 납니다.
특수교육, 참 막막한 출발이었는데...
이렇게 당신 오셔서 길 하나 만들어주십니다.
샘은 늘 왜 어려운 길만을 가려 하냐,
나는 내 가족이 그러하니 운명처럼 한 일이지만
왜 하필 또 장애인을 위한 길을 가려느냐,
안쓰러워하기도 하셨지요.
그래도 길이면 또 가야할 터입니다.
물꼬의 인연들이 늘 고맙습니다.
땅에 입 맞추는 밤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74 2004학년도 학부모모임 길을 내다, 3월 13-14일 옥영경 2004-03-14 2257
6573 3월 4일 포도밭 가지치기 다음 얘기 옥영경 2004-03-09 2251
6572 지금은 마사토가 오는 중 옥영경 2004-01-06 2243
6571 계자 여섯쨋날 1월 10일 옥영경 2004-01-11 2238
6570 6월 14일, 유선샘 난 자리에 이용주샘 들어오다 옥영경 2004-06-19 2237
6569 6월 14일 주, 아이들 풍경 옥영경 2004-06-19 2235
6568 '밥 끊기'를 앞둔 공동체 식구들 옥영경 2004-02-12 2234
6567 글이 더딘 까닭 옥영경 2004-06-28 2230
6566 2017. 2.20.달날. 저녁답 비 / 홍상수와 이언 맥퀴언 옥영경 2017-02-23 2220
6565 2007.11.16.쇠날. 맑음 / 백두대간 제 9구간 옥영경 2007-11-21 2215
6564 6월 10일 나무날, 에어로빅과 검도 옥영경 2004-06-11 2202
6563 5월 29일, 거제도에서 온 꾸러미 옥영경 2004-05-31 2201
6562 2007. 6.21.나무날. 잔뜩 찌푸리다 저녁 굵은 비 옥영경 2007-06-28 2200
6561 6월 11일, 그리고 성학이 옥영경 2004-06-11 2200
6560 5월 6일, 류옥하다 외할머니 다녀가시다 옥영경 2004-05-07 2199
6559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198
6558 2007. 5.31.나무날. 소쩍새 우는 한여름밤! 옥영경 2007-06-15 2195
6557 운동장이 평평해졌어요 옥영경 2004-01-09 2194
6556 100 계자 여는 날, 1월 3일 달날 싸락눈 내릴 듯 말 듯 옥영경 2005-01-04 2193
6555 2005.10.10.달날. 성치 않게 맑은/ 닷 마지기 는 농사 옥영경 2005-10-12 219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