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5. 쇠날. 맑음

조회 수 1183 추천 수 0 2008.09.21 21:45:00

2008. 9. 5. 쇠날. 맑음


날이 훤하자 승아네 차에서 물건들이 내려졌습니다.
책방에 보탤 책들이 꾸러미 꾸러미 나왔네요.
요긴한 책들입니다.
우리는 뭘 나눌 수 있으려나요.
버섯과 고추를 좀 내보지요.
농사를 짓는 일이 또 이리 고맙습니다.

포도를 좀 땄습니다.
올해도 여전히 맛납니다.
다음 주쯤 다 따낼 수 있겠습니다.
올해는 겨우 우리 먹을 것만 했습니다.
그래도 짓고 나서는 무지 아쉬워라 했지요.
몇 해 생물로도 즙으로도 잼으로 포도주로
잘 나눠먹었던 것이라 우리만 먹기 빠듯하니 아쉬웠던 겝니다.

대전의료생협의 치과를 다녀옵니다.
김호상샘 뵈었지요,
마침 치료도 하고.
얼굴보자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백만인 서명운동 용지를 주십니다.
사는 곳에서 일상 안에서 잊지 않고 있는 정토회식구들입니다.
물꼬도 얼마 전 홈페이지 첫 화면에 서명배너를 달았지요.
10년 전 1996년,
북한동포가 죽느냐 마느냐, 진실하냐 아니냐 논쟁을 벌이고 있을 때,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그때,
이미 65만 명이 죽었습니다.
1997년 서로 논쟁이 붙어 사회 여론이 뜨거웠을 그때, 다시 170만 명이 죽었고,
1998년 쌀이 들어가고 있는 중에도 55만 명이 죽었습니다.
이 굶주림은
1995년에서 1998년, 무려 300만 명의 희생자를 남기고서야 겨우 멈췄지요.
2008년 여름, 다시 조용한 죽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민족의 절반이 겪고 있는 고통의 현실입니다.
새삼 마음 뜨끔했습니다.
내 새끼가 내 부모가 굶어죽는다면 어찌 가만있겠는지요.
뭐라도 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움직여야겠습니다.

세월이 흐릅니다.
아이들한테 맨날 예순 먹은 할미라 하는데,
정말 할머니가 되어버렸습니다.
“아이구, 하다가 못 일어나나 부다...”
혼자 입 밖으로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는 날이 많아졌지요.
“날씨가 왜 이리 좋으누...”
“벌레들이 저리 바지런하네...”
날들이 성큼성큼 갑니다,
그리고 늙어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34 2008. 3. 2.해날. 황사 옥영경 2008-03-23 1205
1733 2008. 5.25.해날. 맑음 옥영경 2008-06-02 1205
1732 2011. 4.25.달날. 바람 바람 옥영경 2011-05-07 1205
1731 2011. 9.21.물날. 맑음 옥영경 2011-10-04 1205
1730 11월 27일 흙날 맑음, 밥알 반짝모임 옥영경 2004-12-03 1206
1729 12월 26일 해날 맑음 옥영경 2005-01-03 1206
1728 2005.12.28.물날.맑음 / 할아버지의 봄맞이처럼 옥영경 2005-12-29 1206
1727 2006.12.27.물날. 푹 내려간 기온 옥영경 2007-01-01 1206
1726 2007. 4.16.달날. 비 옥영경 2007-04-27 1206
1725 2007. 5.18.쇠날. 맑다가 빗방울 옥영경 2007-06-03 1206
1724 2008. 2. 8.쇠날. 맑은데도 눈 나풀나풀 옥영경 2008-03-05 1206
1723 2008. 2.11.달날. 흐릿 옥영경 2008-03-05 1206
1722 2008. 8.27.물날. 맑음 옥영경 2008-09-15 1206
1721 2010. 5. 7.쇠날. 맑음 / 오페라와 뮤지컬 콘서트 옥영경 2010-05-23 1206
1720 2011. 5. 8.해날. 맑음 옥영경 2011-05-23 1206
1719 2012. 2.20.달날. 맑음 옥영경 2012-03-04 1206
1718 2012. 5. 4.쇠날. 맑음 옥영경 2012-05-12 1206
1717 9월 24일 쇠날 맑음, 령이의 통장 옥영경 2004-09-28 1207
1716 8월 24일 물날 비 옥영경 2005-09-11 1207
1715 2006.2.4. 흙날. 매서운 추위. 가족들살이 이튿날 옥영경 2006-02-06 120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