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9.불날. 맑음

조회 수 1297 추천 수 0 2008.09.26 23:42:00

2008. 9. 9.불날. 맑음


가을배추를 이제야 모종 놓습니다.
직파는 아니고 포트라는 모종기에다 심었지요.
책방 현관 앞은 볕이 좋아
우리는 거기서 모든 모종을 키웠더랬습니다.
포도나무 가지 친 순도 거기서 길렀지요.
많이 늦었습니다.
장날이면 모종을 아직 팔기도 하겠지만
알이 덜 차더라도 우리 손으로 처음부터 하자 했지요.
작으면 작은 대로 먹을 량이지요.

고추를 말립니다.
주에 한 차례는 가서 따와 더하지요.
우르르 한꺼번에 익으면 좋으련만 그리 되지 않더라구요.
얼마 되지 않는 양이지만
겨우내 잘 먹을 수 있을 겝니다.
하루 두어 번 뒤집어주고
밤에는 안으로 들여놓습니다.
몇 해 고추를 말리며 그만큼 또 실패가 있었더랬지요.
이게, 참, 일입니다.
그렇다고 웬만큼 양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그래도 거둔 거라고 올해 또 시도를 해본답니다.

오늘은 이웃 마을에서 배추가 와서
김치를 담았습니다.
열무며 파며 부추, 그리고 고구마줄기로 김치를 해먹던 내내였는데,
드디어 배추김치도 담네요.
그간은 나눠주는 것, 혹은 묵은지가 배추김치를 대신했더랬지요.
곳간이 차고 김치가 쟁여져있으면
세상에 더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다 싶습니다.

“그걸 여태 가지고 있었어? 당장 태워버려!”
선배 하나랑 통화하는 중인데,
목소리를 키우는 일이 거의 없는 그가
전화기에서 귀를 뗄 만큼 놀라서 말했습니다.
이 산골에서 사는 사내 녀석이 긴 댕기머리를 오래 땋고 살았는데,
지난 봄 싹둑 잘랐지요.
과학도이면서 주술사이기도 한 그 선배는
머리카락이 갖는 주술적 의미를 전하여 주었습니다.
떠도는 영혼들이 자른 머리(카락)에 깃든다지요,
그런데 떠도는 영혼치고 궂지 않은 영혼이 없다고
꼭 해꼬지를 하게 된다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큰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일이 사람 손으로만 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이 다 아지도 못하는 법이니
사실이니 아니니 할 일은 아니고
나쁘다면 또 아니하면 되지 않을까 싶데요.
제 머리를 기념이라고 꼭꼭 말아 여며 장롱에 넣어둔 아이에게
어쩔까 물어보아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세상에 재미난 일 참 많습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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