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 9.불날. 맑음

조회 수 1294 추천 수 0 2008.09.26 23:42:00

2008. 9. 9.불날. 맑음


가을배추를 이제야 모종 놓습니다.
직파는 아니고 포트라는 모종기에다 심었지요.
책방 현관 앞은 볕이 좋아
우리는 거기서 모든 모종을 키웠더랬습니다.
포도나무 가지 친 순도 거기서 길렀지요.
많이 늦었습니다.
장날이면 모종을 아직 팔기도 하겠지만
알이 덜 차더라도 우리 손으로 처음부터 하자 했지요.
작으면 작은 대로 먹을 량이지요.

고추를 말립니다.
주에 한 차례는 가서 따와 더하지요.
우르르 한꺼번에 익으면 좋으련만 그리 되지 않더라구요.
얼마 되지 않는 양이지만
겨우내 잘 먹을 수 있을 겝니다.
하루 두어 번 뒤집어주고
밤에는 안으로 들여놓습니다.
몇 해 고추를 말리며 그만큼 또 실패가 있었더랬지요.
이게, 참, 일입니다.
그렇다고 웬만큼 양이 되는 것도 아니지요.
그래도 거둔 거라고 올해 또 시도를 해본답니다.

오늘은 이웃 마을에서 배추가 와서
김치를 담았습니다.
열무며 파며 부추, 그리고 고구마줄기로 김치를 해먹던 내내였는데,
드디어 배추김치도 담네요.
그간은 나눠주는 것, 혹은 묵은지가 배추김치를 대신했더랬지요.
곳간이 차고 김치가 쟁여져있으면
세상에 더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다 싶습니다.

“그걸 여태 가지고 있었어? 당장 태워버려!”
선배 하나랑 통화하는 중인데,
목소리를 키우는 일이 거의 없는 그가
전화기에서 귀를 뗄 만큼 놀라서 말했습니다.
이 산골에서 사는 사내 녀석이 긴 댕기머리를 오래 땋고 살았는데,
지난 봄 싹둑 잘랐지요.
과학도이면서 주술사이기도 한 그 선배는
머리카락이 갖는 주술적 의미를 전하여 주었습니다.
떠도는 영혼들이 자른 머리(카락)에 깃든다지요,
그런데 떠도는 영혼치고 궂지 않은 영혼이 없다고
꼭 해꼬지를 하게 된다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큰 사고를 당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일이 사람 손으로만 늘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우주에서 일어나는 일을 사람이 다 아지도 못하는 법이니
사실이니 아니니 할 일은 아니고
나쁘다면 또 아니하면 되지 않을까 싶데요.
제 머리를 기념이라고 꼭꼭 말아 여며 장롱에 넣어둔 아이에게
어쩔까 물어보아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세상에 재미난 일 참 많습니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614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670
6613 2020. 4.13.달날. 맑음 옥영경 2020-06-15 2638
6612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637
6611 165 계자 닷샛날, 2020. 1.16.나무날. 맑음 / ‘저 너머 누가 살길래’-마고산 옥영경 2020-01-28 2602
6610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600
6609 7월 8일, 요구르트 아줌마 옥영경 2004-07-19 2597
6608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596
6607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95
6606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592
6605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573
6604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558
6603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538
6602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531
6601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529
6600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512
6599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482
6598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468
6597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433
6596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428
6595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416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