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11.나무날. 맑음

조회 수 1095 추천 수 0 2008.09.26 23:44:00

2008. 9.11.나무날. 맑음


어제 갈아놓은 밭에다 무 배추 둑을 만들었습니다.
호두나무 아래 밭입니다.
풀 기세가 이제 수그러들 때지만
무성하게 밭을 채운 키 큰 그들을
무시하고 둑을 만들기엔 너무 거칩니다.
남이 들으면 무슨 대단한 밭뙈기나 되는 양 하지만
겨우 몇 십 평 되는 밭인데
서툰 농삿일은 늘 어마어마한 일 앞에 선 것 같지요.
그래도 재밌으니 하고
의미 있어 하고
먹고 살자고 한답니다.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올해는 일러서
과실이며 햇것들을 차례상에 올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류옥하다는 서울 가고
종대샘은 전주 갔습니다.
식구들이 하나씩 한가위를 쇠러 마을을 빠져나갔지요.
늘 꿈꿉니다,
훗날엔 명절을 쇠러 이 골짝으로 되려 사람들이 들어오는 꿈.

읍내 나갔다가 어둑해지는 산골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흘목에서 마을길로 들어섰는데,
저어기 앞에서 개구리 한 마리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걸음이 크게 그리고 높게 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딘 걸음입니다.
좀 한가해졌다는 건가 봅니다.
여름이 간다는 말인 듯도 합니다.
운동장 풀도 이제 놔둡니다.
베어야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거지요,
이제는 서서히 수그러들 것이니.
나뭇잎은 감나무가 젤 먼저 바랩니다.
낙엽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지요.
한가위 온다고
가을도 그리 성큼인가 봅니다.
자연이 얼마나 놀라운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해마다 보고 또 봐도 신비롭습니다.

산골 이 아름다운 날들을
먼 그대에게도 보냅니다.
받고 다사로와지소서, 풍요로우소서.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1714 2014.10.12.해날. 맑음 옥영경 2014-10-31 658
1713 2014. 4.14.달날. 맑음 옥영경 2014-05-15 658
1712 2014. 2. 7.쇠날. 흐리다 저녁부터 눈 옥영경 2014-02-28 658
1711 2019. 5. 8.물날. 맑음 / 당신이 잘되기를 바라 옥영경 2019-07-09 657
1710 2015. 4.23.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05-30 657
1709 2015. 4. 5.해날. 부슬비 옥영경 2015-04-29 657
1708 2019. 5.21.불날. 맑음 옥영경 2019-07-24 656
1707 2015. 6.21.해날. 소나기 한 줄기 옥영경 2015-07-23 656
1706 2015. 2. 7~8.흙~해날. 맑음, 이튿날 바람 몹시 거셌던 옥영경 2015-03-10 656
1705 2014. 5. 6.불날. 맑음 옥영경 2014-05-31 656
1704 2014. 1.25.흙날. 비 옥영경 2014-02-18 656
1703 2015. 6. 2.불날. 맑음 옥영경 2015-07-08 655
1702 169계자 사흗날, 2022. 1.11.불날. 눈발 흩날리는 아침 / 우리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1] 옥영경 2022-01-15 654
1701 2015. 9.10.나무날. 흐림 옥영경 2015-10-07 654
1700 2015. 5.11.달날. 흐릿한 하늘, 저녁, 먼 태풍, 그리고 비 옥영경 2015-06-25 654
1699 2014. 9.15.달날. 맑음 옥영경 2014-10-15 654
1698 2014. 9.16.불날. 맑음 옥영경 2014-10-15 654
1697 2015. 9.17.나무날. 맑음 옥영경 2015-10-16 653
1696 2014.12.20.흙날. 맑음 옥영경 2014-12-31 652
1695 2019. 9. 9.달날. 비 추적이는 밤 / 향낭 옥영경 2019-10-23 650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