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11.나무날. 맑음

조회 수 1124 추천 수 0 2008.09.26 23:44:00

2008. 9.11.나무날. 맑음


어제 갈아놓은 밭에다 무 배추 둑을 만들었습니다.
호두나무 아래 밭입니다.
풀 기세가 이제 수그러들 때지만
무성하게 밭을 채운 키 큰 그들을
무시하고 둑을 만들기엔 너무 거칩니다.
남이 들으면 무슨 대단한 밭뙈기나 되는 양 하지만
겨우 몇 십 평 되는 밭인데
서툰 농삿일은 늘 어마어마한 일 앞에 선 것 같지요.
그래도 재밌으니 하고
의미 있어 하고
먹고 살자고 한답니다.

한가위가 다가옵니다.
올해는 일러서
과실이며 햇것들을 차례상에 올릴 수 있으려나 모르겠습니다.
류옥하다는 서울 가고
종대샘은 전주 갔습니다.
식구들이 하나씩 한가위를 쇠러 마을을 빠져나갔지요.
늘 꿈꿉니다,
훗날엔 명절을 쇠러 이 골짝으로 되려 사람들이 들어오는 꿈.

읍내 나갔다가 어둑해지는 산골로 돌아왔습니다.
해가 많이 짧아졌습니다.
흘목에서 마을길로 들어섰는데,
저어기 앞에서 개구리 한 마리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걸음이 크게 그리고 높게 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딘 걸음입니다.
좀 한가해졌다는 건가 봅니다.
여름이 간다는 말인 듯도 합니다.
운동장 풀도 이제 놔둡니다.
베어야할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거지요,
이제는 서서히 수그러들 것이니.
나뭇잎은 감나무가 젤 먼저 바랩니다.
낙엽은 거기서부터 시작되고 있었지요.
한가위 온다고
가을도 그리 성큼인가 봅니다.
자연이 얼마나 놀라운 흐름을 가지고 있는지,
해마다 보고 또 봐도 신비롭습니다.

산골 이 아름다운 날들을
먼 그대에게도 보냅니다.
받고 다사로와지소서, 풍요로우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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