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20.흙날. 비

조회 수 1261 추천 수 0 2008.10.04 12:52:00

2008. 9.20.흙날. 비


비가 부슬거립니다.
식구들도 노닥노닥합니다.
사부작사부작 안에서 정리할 것들을 챙기거나
오랜만에 책을 들여다보는 식구들이지요.

대전 한남대에서 춤명상 워크샵을 하는 날이지요.
지난 한가위를 앞둔 주말 대동사회복지관의 권술용샘과 같이
평화활동가 이종희샘을 마침 만나 잡았던 약속이었습니다.

‘중국 고대 신화에 나오는 여왜女媧는
성씨가 풍風인 가뭄과 홍수의 여신으로 태양신 복희씨의 아내인데,
대체로 구약 창세기의 창조 이야기와 비슷하게 만물을 짓고는
그것만으로는 너무 쓸쓸하여
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만들고 혼을 불어넣어 7일 만에 끝낸 후,
혼인 제도를 만들어 번성하게 했으나
수신水神과 화신火神이 서로 싸워 하늘이 무너지자
여왜는 옥돌 기둥을 만들어 타고 올라가 하늘을 기워 수리해서
사람이 계속 살 수 있도록 했다 한다.
어미의 썩어가는 주검 옆에
날옥수수 알갱이를 뜯어 먹으며 나흘씩 연명한 어린 자식들의 소식과,
'유리한 것은 합법, 불리한 것은 불법'의 묘한 법치 해석을 자꾸만 만나는 오늘은
더더욱 어딘가 하늘 한쪽이 찢어졌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우리가 춤을 추는 것은 옛이야기가 사실인지
또는 여왜가 타고 올라간 옥기둥의 길이가 얼마였는지를 따지잠이 아니다.
원을 이루도록 둥글게 서서 중심속의
중심을 향해meditari '찢어진 하늘을 깁는 손짓'을 함께 해 보자는 것이다.
들어 올린 손끝에 여왜의 마음을 담아 온전함을 사모해 보자는 것이다.
발가슴과 손가슴 속에
지극히 정성스런 마음을 담아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면
하늘의 마음神性,divinity이 내 몸에 들려서 함께 가지 않을까?
깁기를 끊임없이 반복하다 보면 덤으로 아름다운 영혼이 깃든 세상에서
신동엽이 말한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을 보며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늘이 찢어진 듯 비가 내렸고
네 시간 동안 하늘을 깁는 춤을 추다 돌아왔습니다.
아이고, 오랜만에 열심히 춤 좀 췄더니
그게 또 벅찬 운동입니다려.
그런데
정말 신동엽의 ‘티 없이 맑은 구원의 하늘’에 다가갈 수는 있었을까요...

아이는 읍내 다녀왔습니다.
영화관 하나 없는 읍내에
공연을 주로 전담하는 국악당으로 영사기가 찾아옵니다.
마침 오늘 거기서 아이들 영화 한 편이 돌고 있었지요.
아이가 병원에 있는 동안 알게 된
만화 ‘도라에몽’의 극장판이었지요.
대전 나가는 길에 데려다 주고,
오는 길은 읍내를 가로질러 버스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DVD도 빌려왔데요.
세상 나들이 한동안 했더니
이제 그쯤은 혼자 가뿐하네요.
세상하고 이리 오가고 있으니
아이에게도 산골은 더 이상 단절된 공간이 아니게 됩니다.
세상하고 만남의 지점들이
산골살이를 점점 더 흥미 있게 만드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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