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빨래와 이현님샘

조회 수 4282 추천 수 0 2003.11.08 15:58:00

아이고, 시간 참 금방입니다.
몇 차례나 현님샘 얘기를 하고팠거든요.
시도 때도 없이 찾아드는 손님들로,
그것도 미리 전화나 편지도 없이,
도대체 일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그래서 올린 글이
"물꼬를 찾아오시는 분들께"라는 글이었고,
덕분에 이젠 손님을 좀 덜 치고 있지요.
"그런 협박이 없데"
한 선배는 그렇게 반응을 보였고,
"대학 때 간 농활 생각이 났습니다.
겁이 나서 어디 가겠어요?"
선뜻 나서기 쉽지 않다고 고백을 해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마음 단단히 잡숫고 오시라는 그 글에
이야, 오겠다는 이가 있는 겁니다.
바로 전주 사는 이현님샘이 그랬지요.
물꼬의 귀한 품앗이 일꾼 세이샘이랑 여성영화제에서였던가 만나서
이 곳을 알게 되셨더랍니다.
그래, 지난 시월 어느 쇠날
찾아든겁니다.
아무렴요, 전화야 해왔구 말구요.
마침 봄 가을로 빨아대는 산더미 이불들을
꺼내기 시작한 지 닷새되는 날이었습니다.
이야, 정말 일 잘하시데요,
망설이지 않고 뎀벼서 하시데요.
희정샘과 상범샘이 계절자유학교 미리모임하러 서울 가고
하다랑 저랑 현님샘만 남은 흙날 저녁답이었는데,
해지기전 땔감 정리로 일을 마무리할 참인데,
복도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더니
또 이불을 끄집어내오시는 겁니다.
낼 아침부터 바로 일을 시작하려면 담가두어야한단 말이지요.
낯선 공간에 가서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일 규모를 읽어가며 하기란 쉽지가 않은 법이지요.
야, 이 사람 참 대단하네...
그렇게 사흘을 머무는 동안
내내 탄복하게 만든 이였습니다.

현님샘, 잘 계시지요?
조카들 데리고
이 좋은 가을이 다 가기전 한 번 다녀가셔요.
하다도 많이 보고싶다더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sort
6596 똥 푸던 날, 5월 6일 옥영경 2004-05-12 2505
6595 새 노트북컴퓨터가 생기다 옥영경 2003-12-10 2502
6594 푸른누리 다녀오다 옥영경 2004-01-29 2499
6593 서울과 대구 출장기(3월 5-8일) 옥영경 2004-03-10 2487
6592 대동개발 주식회사 옥영경 2004-01-01 2479
6591 성현미샘 옥영경 2004-01-11 2465
6590 6월 6일, 미국에서 온 열 세 살 조성학 옥영경 2004-06-07 2451
6589 경복궁 대목수 조준형샘과 그 식구들 옥영경 2003-12-26 2430
6588 김기선샘과 이의선샘 옥영경 2003-12-10 2401
6587 122 계자 이튿날, 2007.12.31.달날. 또 눈 옥영경 2008-01-03 2397
6586 장미상가 정수기 옥영경 2004-01-06 2391
6585 아이들이 들어왔습니다-38 계자 옥영경 2004-01-06 2387
6584 새금강비료공사, 5월 11일 불날 옥영경 2004-05-12 2376
6583 물꼬 사람들이 사는 집 옥영경 2003-12-20 2373
6582 장상욱님, 3월 12일 옥영경 2004-03-14 2326
6581 눈비산마을 가다 옥영경 2004-01-29 2305
6580 [바르셀로나 통신 3] 2018. 3. 2.쇠날. 흐림 / 사랑한, 사랑하는 그대에게 옥영경 2018-03-13 2289
6579 주간동아와 KBS 현장르포 제 3지대 옥영경 2004-04-13 2282
6578 새해맞이 산행기-정월 초하루, 초이틀 옥영경 2004-01-03 2250
6577 1대 부엌 목지영샘, 3월 12-13일 옥영경 2004-03-14 2247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