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9.30.불날. 안개

조회 수 1100 추천 수 0 2008.10.10 18:16:00

2008. 9.30.불날. 안개


식구들은 계속 은행을 줍는 날들입니다.
논을 살피고
무배추밭을 돌아보고
삼시 세 때 밥해 먹고
그러면 산골 하루해가 훌쩍 넘어간답니다.

2학기는 전학을 위한 혹은 입학을 위한 아이들의 문의가 많습니다.
몇 해 상설학교를 활성화시킬 계획이 없다고 알리지만
학기는 계속 돌아가고 있는 이 곳이니
여전히 사람들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그런 상담을 해주는 것이 또한 이곳의 역할 한 가지일 것입니다.
정말 보내고 싶다면 제발 가까운 곳으로 보내라 부탁하고
집과 멀지 않은 곳을 같이 찾고 아는 만큼 도움을 주기도 하지요.
그런데 오늘 문의는 좀 색다릅니다.
오히려 멀어서 이곳을 보내려한다던가요.
초등 4년을 집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곳을 찾는답니다.
제게도 그 또래의 아이가 있지요.
이제 이 아이도 부모 그늘 안에 있을 날이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흔히
귀농하고 농사짓고 집 짓고, 비로소 여유가 생겨 아이를 돌아보면
이제 아이는 어른들과 놀지 않지요,
벌써 훌쩍 커버려.
아이 때문에 했던 귀농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아이를 향해 있을 때!
이곳이 그 부모가 원하는 곳은 분명 아닌 것 같아 만류하지만
오려는 이는 그것에만 집중해서
아무리 말해도 들리지가 않나 봅니다, 늘 그러하듯.
아, 그리고 제발, 정리가 좀 안 돼 있기는 하지만
물꼬 홈페이지 정도는 좀 훑어보고 연락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에게 별 도움은 되지 않지만
찾는 이들에게는 그래도 도움이겠거니 하고
많은 시간을 상담으로 쓰는 요즘이랍니다.

요새 공부 하나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늘 하는 공부이긴 하지요.
그러니까 제도 안에서 하는 공부를 시작한 게 있다 그말이랍니다.
개론과정 없이 수업을 듣는 것들이 있는데
아주 허억거리고 있습니다.
하루 하루가 어찌 이리 벅차답니까.
예순도 더 되지 싶은 이들이 앉아 있는데,
계속 그것을 몇 해 공부해왔던 이들 틈에서 하는 일이라
여간 힘에 겹지 않은데
가끔은 시험이란 걸 치기도 합니다.
거의 뭐, 형편없지요.
꼬래비만 면해도 다행이라는 심정으로 치지요.
그런데 오늘 그 결과에 대해 논평이 있었는데,
세상에나, 시험지를 잘 썼다고 불리운 대여섯 명의 이름자에
아 글쎄, 떡 하니 제 이름이 얹힌 겁니다.
전교 1등을 했을 때도 그리 기쁘지 않았었다 싶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앴지요.
사실 나이든 사람에 대한 예우 때문이었을 수도 있는데,
‘학생이란 처지’가 아이들을 보다 더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있답니다.
때로는 처지, 그거 바꿔봐야 합니다,
그런다고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요새 같으면 훨씬 나은 선생이 될 수 있을 것 같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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