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4.흙날. 꾸물럭

조회 수 1227 추천 수 0 2008.10.19 12:19:00

2008.10. 4.흙날. 꾸물럭


안동을 넘어갔다 왔습니다.
국제탈춤페스티벌이 한창이었지요.
공연도 많고 전시회도 많고 체험거리도 많았으나
뭐가 있나 스윽 둘러만 보고 서둘러 돌아왔지요.
그야말로 사람구경이었네요.
아, 잠시 굿판을 기웃거리기는 했습니다.
다른 식구들은 별 관심이 없어 전시회들을 둘러보고 있을 적
혼자 나이든 사람들 틈바구니에 껴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더랬는데,
참 신기하데요.
내림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한 무녀의 춤을,
그것도 그저 위아래로 뛸 뿐인 그야말로 뜀뛰기였는데,
그걸 그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물론 앞서 작두타기도 있었다고는 했으나
저 아무것도 볼 것 없는 춤을 모두 뚫어져라 보고 있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그게 말이지요,
그 하잘것없겠는 단순한 뜀뛰기가 묘한 감동을 줍디다.
그래서 또 신기했지요.
어릴 적 집안 멀지 않은 핏줄에 그런 양반이 한 분 계셨는데,
새마을운동에 떠밀려 달아났던 그 세계가
새삼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세계에 대한 연민일수도 있고
그간 기울여오던 사라져가는 사람의 기술들을 지켜내려던 노력의 한 가지로서
그럴 수도 있겠지요.
언제 굿판 하나 보러 꼭 가야겠습니다.

서둘렀습니다.
대해리로 돌아오기전 들린 곳들이 있었지요.
먼저가까운 곳 유기농 포도즙을 하는 곳에 갑니다.
몇 분이 포도즙을 부탁했는데,
올해 우리는 즙을 전혀 짜지 못했습니다.
대신 이웃의 것을 보내드리마 했더랬지요.
우리 것 또한 다른 농가를 대신해서 도시로 나가기도 했더랬지요.
다음은 영동역으로 갑니다.
서울에서 품앗이 무열이와 운지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그 아이들,
이제 그 이름들 뒤에 샘자 붙여주어야 하는 품앗이들이지요),
그리고 진주에서 수민네가 기차를 타고 와서 기다리고 있었지요.

밤 9시, 모이기로 한 사람들이 죄 가마솥방에 앉았습니다.
부천의 민혁이네까지 더해졌지요.
인연이 재밌습니다.
민혁이네는 기락샘의 고교 때 은사님의 친구 분쯤 되려나요.
아이 키우니 이런 현장에서 또 보게 되는 게지요.
오는 길에 먹은 저녁들은 아무래도 부실했을 것입니다.
서둘러 뭘 좀 끓여내고 곡주도 한 잔,
오랜만에 떠들썩한 대해리의 밤이었네요.
한의사에 침구사를 더하니 의술에서부터
학교 선생도 있고 아이들도 같이 키우고 있으니
구석구석 사는 이야기들이 깁니다.
꽤 폭넓은 주제들이었지요.
퍽 유쾌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그 사이를 민혁이와 지윤이와 하다가 누비고 다녔지요.
고마운 시간들입니다.
자정이 넘어 달골 햇발동에 모여서도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지더니
벌써 동이 트고 있던 걸요.
닮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던 모양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1734 2019. 6.10.달날. 밤비 아침에 개고 가끔 구름 / 돌을 쌓다 옥영경 2019-08-05 589
1733 2019. 6.11.불날. 잠시 가려진 해 / 목숨 가진 것들이 주는 옥영경 2019-08-05 757
1732 2019. 6.12.물날. 잠깐 가려진 해 / 창고동 외벽 페인트 1 옥영경 2019-08-06 693
1731 2019. 6.13.나무날. 맑음 / 창고동 외벽 페인트 2 옥영경 2019-08-06 594
1730 2019. 6.14.쇠날. 낮은 하늘, 달무리 졌다 갠 밤 옥영경 2019-08-06 553
1729 2019. 6.15.흙날. 저녁 7시 소나기 지나다 옥영경 2019-08-06 556
1728 2019. 6.16.해날. 구름 좀 옥영경 2019-08-07 553
1727 2019. 6.17.달날. 아주 잠깐 하늘 그늘 옥영경 2019-08-07 549
1726 2019. 6.18.불날. 아주 가끔 무거운 구름 지나는 옥영경 2019-08-07 585
1725 2019. 6.19.물날. 는개비로 시작한 아침, 그리고 갠 옥영경 2019-08-07 511
1724 2019. 6.20.나무날. 좀 흐린 / 책 <내 삶은 내가 살게 네 삶은 네가 살아> 출간 옥영경 2019-08-07 622
1723 2019. 6.21.쇠날. 맑음 / 시인 이생진 선생님과 그 일당 가객 승엽샘과 미친꽃 초설 옥영경 2019-08-12 693
1722 2019 연어의 날 여는 날; 꽃봉오리, 2019. 6.22.흙날. 맑음 옥영경 2019-08-12 934
1721 2019 연어의 날 닫는 날; 흐드러진 꽃, 2019. 6.23.해날. 맑음 옥영경 2019-08-12 763
1720 ’2019 물꼬 연어의 날; Homecoming day’(6.22~23) 갈무리글 옥영경 2019-08-12 1193
1719 2019. 6.24.달날. 맑음 옥영경 2019-08-13 549
1718 2019. 6.25.불날. 맑음 / <소년을 위한 재판>(심재광/공명,2019) 옥영경 2019-08-13 669
1717 2019. 6.26.물날. 흐리고 비 / 물꼬 해우소는 더럽다? 옥영경 2019-08-13 611
1716 2019. 6.27.나무날. 흐리다 맑음 / 호박잎 꽃다발 옥영경 2019-08-14 643
1715 2019. 6.28.쇠날. 저녁 비 / 원석연과 이생진 옥영경 2019-08-14 612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