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5.해날. 흐리다 그예 비

조회 수 1255 추천 수 0 2008.10.19 12:34:00

2008.10. 5.해날. 흐리다 그예 비


찬 기운으로 가는 마지막 소나기쯤 되려나요.
좌악좍 내리는 저녁답의 소나기입니다.
오후에 추적대더니 그예 한 밤 시원스레 내리고 있습니다.
가뭄이 해갈될 만치 내려주었음 참말 좋겠지요.

어제 1차로 연탄 1000장이 왔고,
큰해우소 뒤란에 쟁여졌지요.
학교 본관의 가마솥방, 책방, 교무실 난로를 데울 것들이랍니다.
오늘 다시 1000장이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시간을 지키지 못해 애를 먹이더니
올해는 아예 공급을 못해 속을 태운 연탄이었네요.
작년, 영동대 봉사동아리 ‘참사랑’에서
늘어져 있을 해날 꼭두새벽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는데
연탄차가 해 중천일 때 들어섰더랬습니다.
헌데 오늘 또 문제가 되었지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해날이라 연탄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건데,
아저씨가 미처 챙겨두질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엊저녁 늦게야 연락을 주셨는데,
어찌 이웃 연탄에라도 구해보시라 했지만
별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게 또 그 아저씨 일하는 방식이려니 하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덕분에 연탄 때문에 모인 이들이
조금은 여유로이 다른 일들을 챙길 수 있었네요.
언제라도 일더미는 준비가 돼 있는 이곳이니까요.
누구는 부엌을 맡고 누구는 본관을 맡고, 고래방을 맡고,
그리고 밖에선 은행 털고 씻었습니다.
간밤에 다들 잠깐 붙인 눈은 몸을 더디게 했지요.
그러면 또 어떠한가요,
그게 또 좋은 주말입니다.
하다는 민혁이와 지윤이를 앞세우고 천지를 다녔지요.
창 너머 멀리 마당을 건너다보니
간장집 쪽 계단을 한 녀석씩 내려와 한 줄로 서서
무슨 긴 행렬도 아닌데 개선행진하는 사람마냥 걷고들 있데요.
어디에서 뭘 얻었을까요,
마을 뒤 산에 들어 나뭇가지 하나 주웠을까요,
마을 앞길에서 가을꽃이라도 딴 걸까요...

흐려지는 오후, 모두가 돌아갔습니다.
다시 보자 하지요.
꼭 같은 마을에 모여 살지 않아도
이런 좋은 이웃들이 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는 길 조심조심 가셔요.

아, 주말이라 역시나 낯선 이들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특히 대전권에서 발길이 잦는 요즘입니다.
철에 이르렀지요, 입학 문의들도 많습니다.
두 가정이나 방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움직이던 어른들은 까맣게 몰랐네요.
여기 사는 녀석이 그들에게 말했답니다.
약속을 하고 오시라 돌려보냈답니다.
저녁에야 들었지요.
예, 연락하고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더라도 해드릴 수 있는 말도 몇 되지 않습니다만.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학교를 찾아봐주시기 바랍니다.”
요새 문의하는 이들에 대한 저희의 최상의 대답이 이러하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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