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 5.해날. 흐리다 그예 비

조회 수 1259 추천 수 0 2008.10.19 12:34:00

2008.10. 5.해날. 흐리다 그예 비


찬 기운으로 가는 마지막 소나기쯤 되려나요.
좌악좍 내리는 저녁답의 소나기입니다.
오후에 추적대더니 그예 한 밤 시원스레 내리고 있습니다.
가뭄이 해갈될 만치 내려주었음 참말 좋겠지요.

어제 1차로 연탄 1000장이 왔고,
큰해우소 뒤란에 쟁여졌지요.
학교 본관의 가마솥방, 책방, 교무실 난로를 데울 것들이랍니다.
오늘 다시 1000장이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는 시간을 지키지 못해 애를 먹이더니
올해는 아예 공급을 못해 속을 태운 연탄이었네요.
작년, 영동대 봉사동아리 ‘참사랑’에서
늘어져 있을 해날 꼭두새벽부터 와서 대기하고 있는데
연탄차가 해 중천일 때 들어섰더랬습니다.
헌데 오늘 또 문제가 되었지요.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해날이라 연탄 회사가 문을 닫았다는 건데,
아저씨가 미처 챙겨두질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엊저녁 늦게야 연락을 주셨는데,
어찌 이웃 연탄에라도 구해보시라 했지만
별 수가 없었던 거지요.
그게 또 그 아저씨 일하는 방식이려니 하고
다음을 기약합니다.

덕분에 연탄 때문에 모인 이들이
조금은 여유로이 다른 일들을 챙길 수 있었네요.
언제라도 일더미는 준비가 돼 있는 이곳이니까요.
누구는 부엌을 맡고 누구는 본관을 맡고, 고래방을 맡고,
그리고 밖에선 은행 털고 씻었습니다.
간밤에 다들 잠깐 붙인 눈은 몸을 더디게 했지요.
그러면 또 어떠한가요,
그게 또 좋은 주말입니다.
하다는 민혁이와 지윤이를 앞세우고 천지를 다녔지요.
창 너머 멀리 마당을 건너다보니
간장집 쪽 계단을 한 녀석씩 내려와 한 줄로 서서
무슨 긴 행렬도 아닌데 개선행진하는 사람마냥 걷고들 있데요.
어디에서 뭘 얻었을까요,
마을 뒤 산에 들어 나뭇가지 하나 주웠을까요,
마을 앞길에서 가을꽃이라도 딴 걸까요...

흐려지는 오후, 모두가 돌아갔습니다.
다시 보자 하지요.
꼭 같은 마을에 모여 살지 않아도
이런 좋은 이웃들이 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는 길 조심조심 가셔요.

아, 주말이라 역시나 낯선 이들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특히 대전권에서 발길이 잦는 요즘입니다.
철에 이르렀지요, 입학 문의들도 많습니다.
두 가정이나 방문이 있었는데,
안에서 움직이던 어른들은 까맣게 몰랐네요.
여기 사는 녀석이 그들에게 말했답니다.
약속을 하고 오시라 돌려보냈답니다.
저녁에야 들었지요.
예, 연락하고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렇더라도 해드릴 수 있는 말도 몇 되지 않습니다만.
“집과 가까운 곳에 있는 학교를 찾아봐주시기 바랍니다.”
요새 문의하는 이들에 대한 저희의 최상의 대답이 이러하다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이름 날짜sort 조회 수
6534 운동장 또 한 겹 입히다, 4월 13-14일 옥영경 2004-04-27 1493
6533 4월 14일 물날, 김태섭샘과 송샘과 영동대 레저스포츠학과 옥영경 2004-04-27 1686
6532 4월 15일 나무날 총선 투표하고 옥영경 2004-04-28 1476
6531 4월 16일 쇠날, 황성원샘 다녀가다 옥영경 2004-04-28 1443
6530 4월 15-17일 처마 껍질 옥영경 2004-04-28 1506
6529 4월 17일 흙날, 황갑진샘 옥영경 2004-04-28 1567
6528 물꼬 노가대, 4월 17일 흙날 옥영경 2004-04-28 1628
6527 품앗이 최재희샘과 그의 언니네, 4월 17일 옥영경 2004-04-28 1535
6526 4월 18일 해날, 소문내기 두 번째 옥영경 2004-04-28 1385
6525 4월 19일 달날 아이들 집 댓말로 바꾸다 옥영경 2004-04-28 1499
6524 4월 20일 불날 잔치 앞두고 옥영경 2004-04-28 1492
6523 4월 21일 문열던 날 풍경 - 하나 옥영경 2004-04-28 1597
6522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둘 옥영경 2004-04-28 1482
6521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셋 옥영경 2004-04-28 1600
6520 4월 21일 문 열던 날 풍경 - 넷 옥영경 2004-04-28 2313
6519 4월 22일 나무날, 봄에 떠나는 곰사냥 옥영경 2004-05-03 1725
6518 처음 식구들만 맞은 봄학기 첫 해날, 4월 25일 옥영경 2004-05-03 2223
6517 5월 2일, 룡천역 폭발 사고를 놓고 옥영경 2004-05-07 1562
6516 5월 2일 해날, 일탈 옥영경 2004-05-07 1520
6515 5월 4일, 즐거이 일하는 법 옥영경 2004-05-07 1604
XE Login

OpenID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