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3.달날. 맑음

조회 수 1379 추천 수 0 2008.10.26 21:46:00

2008.10.13.달날. 맑음


요즘 자주 지역도서관에 갑니다.
아이가 이틀을 거기서 보내기도 하여
오가며 데리러 가는 참에 서가를 둘러보지요.
어릴 적 학교 앞에 관립도서관이 있었습니다.
거기 열람실에 깨부룩거리던 날들이 있었지요.
책 풍경이 딱히 생각나지 않는 걸 보면
책은 아주 가난했던 듯하고,
시험기간이 아니면 사람이 거의 드나드는 일이 없는
조용한, 그리고 볕이 좋던 그 공간을 다만 좋아했던 듯합니다,
공부도 공부지만, 뭔가 그 진지한 분위기도
(책은 학교에 작은 도서관이 있기도 하였으니까요.).
조금은 낯선 중고생 형님들 속에 설레기도 한
사춘기의 시작도 그곳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리한 여름이면 서울서 대학 다니는 언니 오빠들이
가끔 학교 나무 그늘로 같이 걸어 들어가
미지의 세계를 들려주기도 하였습니다.
혹 제가 가진 진보성이 있다면 그때가 씨앗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아이에게는 지금의 도서관행이 또 어떤 세계로 남게 될까요...

밭에 서너 날 다녀오니 지난주는 다 가버렸습니다.
배추밭에 소주와 식초를 섞어 뿌렸고
무배추밭에 액비를 뿌렸습니다.
구멍 송송하던 입사귀들이었는데,
더는 벌레들이 다가서기 않는 듯보이데요.
소사아저씨는 은행을 줍고 껍질을 까느라 연일 손이 빠릅니다.
은행을 줍고 비닐포대에 넣고 삭히면 11월이었지요.
그걸 들고 개울로 나가면
추위가 여간 심하지 않았습니다.
그걸 올해는 피해보고자 애를 쓰고 계신 거지요.
소식 없겠다던 버섯도 선물처럼 또 나왔습니다.
그걸 따고 썰고 말리며도 지난주를 건넜네요.
볕이 참 좋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호박밭에서 늙은 호박 아홉을 땄고,
수확준비 첫날로 논두렁에 풀을 벴습니다.

가까운 대학에 미국인 친구가 있습니다.
지난 학기 초에 만나 아주 절친해졌지요.
친구들과 떨어져(주로 서울 경기지역에 사는) 홀로 팍팍하다가
얘기를 나눌 이를 만나 즐겁다는 그였습니다.
저 또한 그러하였지요.
성실해서 좋았고 진지해서 좋았으며
세계의 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깊고
꼭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야채를 선호하는 그랑
입맛이 닮아서도 좋았지요.
근래 약간의 감기가 그를 괴롭히는 듯하더니
오늘은 아주 심란해보였습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의욕없음이 그의 기분을 가라앉게도 했나 봅디다.
“가을인 갑다.”
세인트루이스가 고향인 그는 지난 여름 고향을 다녀와서
그리움이 더 진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을인갑습니다.
누구라도 떨어지는 낙엽에 걸음을 멈추는 시절이겠습니다.
겨울 건너기가 범보다 무섭지만
가을 건너기 또한 그에 못지않네요.
한 시절이 갑니다.

오랜만에 아이의 날적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산골에서 어린날을 보내고 있는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 가을을 건너가고 있을까요?
지난 6일자는 이러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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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 6.달날.추움
<경제가 어떻게...>

오늘 신문을 봤다. 난 옛날부터 신문을 좋아해서 자주 본다.
올해 초 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 한국경제는 망해버렸다. 바보 같은 명박이 쥐박이 아저씨 때문에 환율은 1230원대고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다. 중국산 제품에서 멜라민이 나오고 수입이 늘어나고 또 수출적자가 엄청나다. 이런 명박이 아저씨가 어떻게 50% 지지율을 얻었을까(선거 때). 하지만 지금은 20%대이다. 으이구 참...

(4년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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