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10.17.쇠날. 맑음

조회 수 1240 추천 수 0 2008.10.28 12:33:00

2008.10.17.쇠날. 맑음


숲에 갔습니다.
통합교과 수업이 있는 날.
이번 학기는 ‘벌레랑’ 시간을 쇠날 오전에 두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의 가장 큰 수확은 '꼽등이'라 말합니다.
무엇인고 하니 누구랄 것 없이, 틀림없이,
귀뚜라미라고 알아왔던 것에 대한 사실을 수정한 것이지요.
그게 바로 꼽등이였던 겁니다.
집안이나 바깥의 어두운 곳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하는 그들 말입니다.
앞가슴과 배에 불규칙한 황갈색 무늬가 있고
가슴과 뒷가슴에는 황갈색 가로선이 있지요.
마치 시간을 알리는 시작종처럼 그리 말하며 오늘도 시작했답니다.
“역시 올해의 젤 큰 수확은 꼽등이였어.”
오늘은 '각시랑멧노랑나비'랑 놀았습니다.
연노랑색이니 수컷이겠지요.
암컷은 연녹색이라 했으니까요.
앞날개의 끝은 갈고리 모양으로 가늘며 굽어 있고
앞가장자리에는 갈색 무늬가 퍼져있습니다.
어른벌레는 6월 중순에서 7월 중순에 우화하여 잠시 활동하다가
여름잠을 자고 8월 하순에서 10월 상순에 다시 나타나 활동합니다.
그대로 겨울을 나지요.
여름에 사라졌다 다시 오는 나비들이 많다는 것도
이번 학기에 우리들이 안 것입니다.
내려오는 길에는 너른 잎사귀 하나 눈길을 끌었지요.
가는 줄기가 꽈리를 틀고 올려져 있었는데,
그게 무늬냐 줄기야 입씨름을 하다 다가갔습니다.
무늬더군요.
산에는 어느 때고 볼 것이 많습니다, 참 많습니다.
그래서 풍요롭기 더하지요.

타악연주샘이 다녀가셨습니다.
백윤샘은 주에 한 차례 오셔서 같이 풍물악기를 다루다 가십니다.
따로 풍물 수업을 꾸리지 않아도 되어서 좋지요.
오늘 하다는 샘께 자기가 키운 해바라기씨를 주전부리거리로 선물하였는데,
그러다 화제가 해바라기에서 한참 이어졌답니다.
“너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구나...”
그러고보니 아이의 고민은 주로 그런 것들입니다.
해바라기를 어떻게 잘 키울까,
밭의 풀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할까,
어떻게 박의 줄기 타기를 도울 수 있을까 같은.
곁에서 그 아이의 삶이 경이롭고는 하답니다.

달골 창고동과 학교 뒤란 기름통에 기름을 채웁니다.
달골은 심야보일러가 주난방이지만 창고동을 따로이 쓸 때는
기름을 넣어둡니다(더하여 나무로 난로를 지피지요.).
학교는 모둠방 둘에 바닥난방은 화목보일러지만
공기는 전기선이 이어진 석유난로로 데우며
고래방의 온풍기도 석유와 전기를 같이 돌리고 있지요.
기름통을 채우는 것도
연탄광을 채우는 것과 땔감을 쌓는 것처럼 월동준비랍니다.

고추를 따다 지고추 만들 준비를 합니다.
간장초에 삭히면 되나
그 전에 매운기를 좀 빼려고 이삼일 식초에 담가둡니다.
술이 익기를 지나치면 초가 되지요.
그래서 예로부터 술도가지 옆에는 꼭 식초항아리가 있었습니다.
포도주가 공기가 닿고 해를 넘긴 게 있었는데,
마침 좋은 식초가 되었네요.
거기에 푸른 고추들을 다 담아 돌로 꾹 눌러두었습니다.
이곳의 가을은 이렇게 다음 계절을 준비하며 넘어가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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